영화 '마지막 위안부' 연희 役
"'마지막 위안부' 알려졌음 좋았을 텐데…그래도 뿌듯"
"일본의 진정한 사과, 그게 어려운 일일까요?"
"다양한 모습 보여드릴게요"
"강제 동원됐던 할머님께서 아직도 악몽을 꾸신대요. 후유증이 장난 아니시겠죠. 가슴이 아팠어요. 어떻게 보면 그들의 가슴 아픈 세월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는 것 같은데 말이죠. 조금이나마 제가 보상하는 방법은 연기를 통해 과거의 일들을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배우 문시호(29)는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의 성 노예가 된 피해자들의 비극적인 삶을 바탕으로, 동원된 여성을 일본군 위안소로 강제 연행하거나 군인의 요구를 거부하면 구타를 당하는 등의 잔혹했던 역사를 고발한 영화 '마지막 위안부'(감독 임선)에서 과거 우리 할머니들이 당했던 아픔을 절절히 연기했다.
사실 투자자와 감독의 문제 등 외적인 요인들로 인해 부족함과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긴 하다. 스크린 상영도 없이 IPTV 개봉으로 바뀌었다. 악재가 겹쳤으나 문시호는 할머니들의 아픔과 슬픔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애썼다.
문시호는 "당시 상황을 잘못 표현하면 안 됐다. '내가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고 회상했다. "오디션을 보고 출연하기까지 고민의 과정이 정말 많았어요. 위안부에 대해 추상적으로만 알고 있었지 제대로 몰랐거든요. 공부도 해야 했고, 나눔의 집에 가서 먼발치에서나마 할머니들을 보고 아픔을 떠올려본 게 기억나네요."
문시호는 할머니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10분짜리 시청각 자료로 대신해야 했다. "영화 오디션을 보기 위해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와 닿는 게 더 많으니 실제 만나면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나눔의 집에 계신 스태프가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하긴 그 아픔을 끄집어내는 게 고통이잖아요. 대학생들이 많이 취재 온대요. 일일이 다 인터뷰해줄 순 없잖아요. 몇천 명이 될 텐데…. 나만 생각하고 무작정 가서 만나달라고 하니 죄송스럽더라고요. 그래도 영상 자료를 보며 많은 걸 느꼈어요. 더 조심스럽게 연기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죠."
"저도 관련 사실을 공부하면서 '이런 일은 정말 제대로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이 '전 세계에 이런 실상을 알리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한 말에 수긍이 갔죠. 촬영 세트장도 박물관처럼 만들어 그 시대의 아픔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고도 했었는데, 약속대로 쓰이지 않게 된 게 가장 아쉬워요. 영화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도 안타깝고 화가 나죠. 좀 더 다듬어서 제대로 다시 상영됐으면 좋겠는데 그건 꿈이겠죠."
연기를 떠나 내외부적으로 여타 다른 일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문시호는 "뿌듯한 마음은 있다"고 했다. "정말 열정적으로 연기했기 때문"이다. "제가 먼저 하고 싶다고 열정적으로 나섰거든요. 인공 눈물 없이도 통곡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후회 없이 연기했다고 생각해요."
길거리 캐스팅과 뮤직비디오 출연, 단역과 조연을 거치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문시호. 사기도 당하고 돈을 떼어 먹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성장하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스무 살 초반에 일이 많고 잘 됐으면 주변 사람들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아무것도 모르고 고생도 안 하고 올라가면 뭘 알겠어요. '이 일 쉬운가 보네' 했겠죠. 10년 정도 지났지만 겸손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알아요. 10년이 오래된 것 같지만 저한테는 짧은 시간이에요. 아직도 50~60년은 더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포기요?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하나하나 밟아나가는 게 성장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인터뷰 말미, 최근 일본 아베 총리의 담화 발표가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