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40대가 정말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화려하게’ 아름다운 배우 김성령. 드라마 ‘여왕의 꽃’의 아름다운 레나정과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정작 김성령은 말한다. “레나정보다 엄마가 더 편해요. 아유, 전 레나정 같은 여자 별로 안 좋아하는데. 제가 너무 솔직하죠? 하하.”
배우 김성령은 지난 달 30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에서 주인공 레나정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50부작의 ‘마라톤’을 막 끝마친 김성령은 인터뷰 자리에 앉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음료로 부탁해요”라고 주문을 할 정도로 피곤해보였다. 하지만 김성령은 “여전히 끝난 건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미소를 지었다.
↑ 사진=이현지 기자 |
“사실 어제 쫑파티를 했다. 저는 인터뷰가 있어서 2차까지는 함께하지 못했다. 그래도 드라마 하면서 가끔 회식을 쏘곤 했다. 주인공이 회식 한 번 안 쏘면 어떻게 하나.(웃음) 정말 스케줄이 빡빡해서 그마저도 힘들었지만 삼겹살데이에 삼겹살도 쏘고 그랬다. 아직은 끝난 것 같지 않다. 촬영할 때 ‘아, 그 장면에서 그렇게 할 걸’ 되뇌곤 했는데 오늘 아침 그걸 하고 있더라. 8개월을 내리 촬영했는데 하루아침에 잊힐 것 같지는 않다.”
그는 ‘여왕의 꽃’으로 간만에 호흡이 긴 작품을 하게 됐다. 김성령은 “예전에도 긴 작품을 안 해본 건 아닌데 이번에는 유난히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늘 욕망하고,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레나정을 연기하기가 조금은 힘들었던 듯 했다. 김성령은 이에 대해 “제가 주인공이라는 타이틀도 맡고 했으니 기대치가 높았는데 그 기대치에는 못 미치다보니 마음이 힘들었던 것 같다”고도 말했다. 그에게 레나정의 의미를 물었다.
“‘여왕의 꽃’의 레나정은 성공을 위해서 발버둥치는 역할이라 공감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김성령과 레나정의 합의점을 찾은 게 ‘욕심’이라는 포인트였다. 저도 대중에게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사랑을 받으니 제가 쉬면 죄 같고 더 열심히 해야겠는 생각에 사로잡히더라. 그런 ‘일 욕심’을 레나정의 욕심과 매칭시켰다. 명분이 있는 악녀를 표현하려다보니 힘든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강이솔(이성경 분)의 엄마라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더 몰입을 하게 되더라.”
↑ 사진=이현지 기자 |
그러면서 김성령은 “나도 엄마이다 보니 차라리 강이솔의 존재를 레나정이 빨리 알았으면 좋겠다 싶더라”며 “레나정보다는 엄마가 훨씬 편하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배우 김성령은 어느 새 작품에서 수많은 아들과 딸을 만나는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됐다. 그는 이에 대해 “내가 실제로 엄만데”라며 개의치 않아했다.
“많은 작품에서 아들과 딸이 생겼는데 MBC에서 ‘여왕의 꽃’과 함께 방영된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에 주인공으로 나선 송창의도 저와 아들과 엄마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 한 번은 촬영장이 겹쳐 송창의의 대기실을 찾기도 했다. 그 때 다른 말 다 자르고 무작정 ‘창의야, 엄마야’라면서 문을 두드렸다.(웃음) 딸 인연은 유난히 없었는데 배우 이영은이 첫째 딸이고, 이번 작품 속 딸인 (이)성경이는 두 번째 딸이 됐다. (이)영은이는 결혼할 때 정말 내가 가고 싶었는데 스케줄 때문에 못 갔다. 결혼 소식 들었을 때 어찌나 자식 시집보내는 기분이 나던지.”
김성령은 중간 중간 “난 엄마가 더 편해”라며 ‘꺄르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많은 순간 ‘엄마’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그만큼 그의 입에 많이 오르내린 단어가 바로 ‘여배우’. 그는 ‘우리나라 40대 여배우’의 대표주자다. 우리나라에서 40대 여배우로 살아간다는 게, 사실은 녹록치 않을 터다. 그는 그 녹록치 않음 때문에 오히려 레나정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 사진=이현지 기자 |
“처음에 ‘여왕의 꽃’ 출연을 결심한 것도 내 나이에 타이틀 롤을 맡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사실 영화나 연극, 드라마 모두 지금의 나이대 여자가 주인공을 할 수 있는 작품이 많지 않다. 제가 뮤지컬 ‘미스 프랑스’를 한 것도 비슷했다. 당시에 젊은 후배들이 내게 ‘나도 나이 들어서 이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작품을 물려줄 수있다는 의미가 컸다. ‘여왕의 꽃’에서는 제 나이에 주인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 비슷한 이유로 김미숙 선배님, 장영남씨도 정말 열심히 해줬다.”
그는 함께 한 김미숙과 장영남이 함께 만들어가는 ‘팽팽한 힘’ 때문에 지치지 않고 ‘여왕의 꽃’을 마칠 수 있었다고 회상하며 “무엇보다 드라마의 중심을 잡아준 김미숙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 주인공 아니더라도 후배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선배가 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주인공’보다 묵묵히 후배들을 받쳐줄 수 있는 ‘든든한 선배’를 꿈꾸고 있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그는 ‘부족함’과 ‘배우로서의 자세’를 많이 배웠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 사진=이현지 기자 |
“상, 시청률 같은 주위의 평가보다는 ‘나는 최선을 다 했다’는 느낌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최선’의 기준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전 최선을 다 했다. 작품을 길게 하니 배우로서의 저를 다지게 되고 부족한 게 뭔지 깨달았다. 배우의 생각, 자세 등을 고민하게 된 게 큰 수확인데, 이 수확을 발판으로 다음 작품은 자신감보다는 체계적으로 고민하고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많이 깨달았다. 부족함을 안다는 건 정말 중요하다. 다음에도 물론 부족함이 있겠지만 또 다른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