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아역배우로 시작한 그 어떤 배우들보다 청소년기가 긴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배우 여진구. 성인을 직전에 앞두고 있는 그가 배우 설경구와 함께 ‘서부전선’으로 호흡했다. 그것도 무려 29살의 나이차가 나는 대선배와 말이다.
“걱정이 많이 됐어요. 정말 많이요. 머리에 피도 안 바른 아이인 제가 어른인 설경구를 때리고 하는 시나리오상의 설정은 읽었을 때는 재미있었어요. 근데 그건 읽을 때 만이었고, 한동안 생각해보니까 막막함도 생기더라고요. 그런 점에서는 설경구 선배가 먼저 얘기를 해주셨어요. 편하게 생각하라고. 선배도 절 적(敵)으로 대하겠다고 하시면서요(웃음).”
그런 두 사람의 호흡은 영화를 통해 제대로 비춰졌다. 엉뚱함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서로 적대관계에 있으면서도 남다른 동지애를 느끼게끔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모습들 속에서 여진구가 북한말로 대사를 읊거나 서슴없이 욕하는 장면은 또 다른 볼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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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디자인=이주영 |
“사실 사상 같은 건 내려놓고 신경 쓰지 않았어요. 하지만 사실 사투리는 신경 쓰였죠. 영광이라는 친구가 제대로 훈련받은 친구도 아니고,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것도 아니었거든요. 자기가 청원해서 군대에 오긴 했지만, 그래도 집에 가서 좋아하는 여자애나 엄마도 보고 싶고 그런 아이에요. 군기가 잡혀있고 전쟁영웅 같은 모습이아니라고 편하게 인간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죠. 보통 북한 군사들이 강하고 카리스마 있는 사투리를 구사한다면 영광이는 그런 사투리 스타일이 아니고, 구수하면서 낯설기도 하지만 친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서부전선’의 영광 캐릭터는 나이 또래에 순수함을 지니고 있는 부분까지 여진구의 실제와 비슷하다. 그런 부분에서 현재를 살고 있는 여진구가 6.25 전쟁 당시 총 들고 싸워야했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았을 터.
“가장 영광이라는 캐릭터에 끌린 매력이 그 점이었어요. 저와 비슷할 것 같았거든요. 영광이처럼 전쟁이고 뭐고 무서워서 집에 가고 싶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도 정말 재미있었죠. 특히 영광이 그 친구의 모습이 제가 전쟁 영화 속에서 느끼고 있었던 인물과 달랐던 점도 그랬고요. (‘서부전선’은) 전쟁영화지만 평범하고 따뜻한 사람의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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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으로 봤을 땐 가장 매력을 느꼈던 건, 전쟁영화지만 안에서 따뜻한 에너지가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제 뇌리에 남은 영화는 무겁거나 비극을 제대로 다룬 영화였거든요. ‘서부전선’은 전쟁영화지만 따뜻하고 필사적인 생존을 위한 모습들이 담겨 있었어요. 전쟁 때 모든 군인들이 가지고 있었을 ‘집에 가고 싶다’라는 감정을 다룬 영화라서 그게 끌렸죠.”
여진구가 올해로 19살. 얼마 남지 않은 2015년만 지나면 어엿한 성인이 된다. 그간 아역배우의 이미지를 줄곧 가져오던 그가 조금씩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 어엿한 배우로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 여진구의 연기에도 무궁무진한 발전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쉽거나 미련 같은걸 느끼진 못했는데, 올해부터는 좀 그런 느낌이 있더라고요. 내년부터는 교실이라는 데에도 들어갈 일이 없을 것 같고,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은 느끼죠. 또 성인이 된다고 해서 변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은 없어요. 억지로 변하고 싶진 않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기회가 되거나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닫진 않을 거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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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