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아나운서에게 지금 필요한 건 다름 아닌 ‘전문화’를 향한 노력이었다.
‘아나운서의 퇴사’라는 화두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2007년 MBC를 퇴사한 김성주는 MBC 연예대상에서 상을 탔고, 2012년 KBS를 떠난 전현무는 KBS가 자신들이 세운 ‘퇴사시 자사 3년 출연 금지’ 조항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그를 모셔가며 그야말로 ‘금의환향’을 하게 됐다.
이처럼 퇴사한 아나운서들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그런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들의 활약에 또 다른 아나운서들이 퇴사를 결심한다. 마치 ‘도미노’같은 형국인데, 그만큼 아나운서들의 활동 범위가 좁아진 방송가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 씁쓸함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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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지난 5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배덕광(새누리당 해운대기장갑) 의원은 KBS 아나운서들의 ‘아나운서로서의 활동’이 부족하다는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배 의원은 한석준의 발언이나 전현무의 복귀, 조우종의 잦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을 지목하며 아나운서 업무가 제대로 행해지는지에 KBS의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아나운서 업무’라는 것을 주목하면 지금의 방송가에서 ‘아나운서’ 고유의 업무는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정의 내려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금의 아나운서들은 뉴스에 출연하면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회사 사내 행사를 진행하며, 다양한 사업에 참여하는 등 몸이 하나라도 부족할 만큼의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 일은 많지만 ‘아나운서’로서의 일을 하는 것은 드물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방송 초기에는 아나운서가 방송의 ‘실질적인 중심’이었다. 라디오 매체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잡았던 아나운서는 TV가 생기고 방송의 영역이 세분화되면서 더 많은 기능을 행하게 됐다. 즉, 이들의 ‘모호한 업무’는 결국 방송 환경의 변화 때문에 비롯됐다는 것이다.
‘아나테이너(anatainer) 시대의 전문화된 아나운서 역할 정립에 관한 연구’(2011, 김민정)라는 논문에서는 이를 두고 “점차 많은 역량들이 요구되는 방송 환경의 변화에 재빠른 대응을 하지 못해 아나운서들의 입지가 좁아지게 됐다”고 설명한다. 논문에 따르면, 80년대에 대폭 활동 범위가 줄어든 후 아나운서의 ‘범위 축소화’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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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금전적인 이유가 아나운서들의 퇴사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을 보유한 한 소속사 관계자에 따르면,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들은 회당 적게는 몇 십, 많게는 7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회당’으로 받는 방송인들은 고정적인 ‘월급’을 받는 아나운서들과 ‘벌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비단 ‘돈벌이’ 때문에 회사를 나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오히려 “회사를 떠나 그렇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사람들은 한정돼 있고, 안정적인 수입을 받으며 회사에 남고 싶다”는 의견을 내는 아나운서들도 많다. 하지만 이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아나운서로서 뉴스를 전하고, 방송을 출연하는 업무가 쉽사리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사, 다큐 프로그램은 기자나 PD가, 뉴스에서는 앵커가 아나운서들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나운서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급기야 ‘아나운서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논문에서는 “방송 인력의 기능 분화와 공유로 인해 생긴 위기론”이라고 지적하며 다양한 장르별 프로그램의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아나운서의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물론 지금도 스포츠, 뉴스 등 분야가 나뉘어져 있지만 다양한 정보를 다루는 지금의 방송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각 아나운서들의 특화와 전문화를 추진해야한다고 진단했다. 신문사의 보도국에 다양한 부서의 기자들이 존재하듯 아나운서에도 이런 전문화를 이룬다면 지금과 같은 한 아나운서를 향한 ‘쏠림 현상’이나 방송 출연의 한계를 느끼고 조직을 떠나는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한 아나운서를 회사의 조직원이 아닌 독립적인 부서로 보고 업무 분담을 명확히 하는 문화가 각 방송국 안에도 자리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행인 것은 지금의 아나운서들은 현실에 순응하기보다 학계, 시민단체, 전문가들의 의견을 귀기울여 들으며 자신들의 위치와 정체성을 두고 치열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아나운서들은 ‘아나운서’의 신뢰성은 지켜나가되, 전통적 아나운서 역할에서 벗어나 ‘현대적 아나운서’의 역할을 정립해나가고 있는 과도기 시점을 거치고 있다.
◇ 참고문헌
아나테이너(anatainer) 시대의 전문화된 아나운서 역할 정립에 관한 연구 (2011, 김민정)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