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하와이)=김윤아 기자] “이 영화는 250년 전 한국의 실화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아버지-손자 3대에 걸친 56년 이야기를 2시간동안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보여줄 것입니다. 이 영화는 굉장히 슬퍼요. 촬영하고, 편집할 때, 이후 영화를 보고나서도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렇게 ‘사도’ 덕분에 하와이에 처음 와봅니다. 관객들은 영화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저는 하와이를 즐기겠습니다.”
13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하와이 돌 캐너리 영화관에서 제35회 하와이국제영화제 개막작 ‘사도’의 공식 스크리닝 행사가 열렸다. 이준익 감독의 유쾌한 인사말이 끝나자 관객석에서는 웃음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 사진=김윤아 기자 |
앞서 이 감독은 MBN스타와 함께한 하와이 현지 인터뷰에서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때, 하와이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앤더슨이 이 영화를 보자마자 개막작으로 요청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도’는 아주 특별한 이야기다. 아버지가 아들을 극단적 수단으로 생을 마감시킨 것 아닌가. 게다가 250년이나 된 이야기다. 아버지 없는 아들 없듯 그게 왕이든 아니든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그리고 또 아들의-아들의 관계, 어머니와 부인까지. 누구나 인간이라면 가장 가깝게 설정돼 있는 관계에 대한 심리와 감정들이 시대를 막론하고, 신분을 막론하고 외국인들에게도 공감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프로그래머도 그렇게 느껴졌을 것 같다. 하와이 현지 사람들은 ‘사도’를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 사진=김윤아 기자 |
상영관 입장 전부터 ‘사도’를 보기위해 길게 늘어선 줄에서 ‘사도’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감과 하와이 현지,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영화가 중반부에 치닫자, 흐느끼는 관객들도 있었다. 영화가 끝나자 관객들은 숨죽이고 ‘사도’의 여운을 느끼고 있었다.
이후 이 감독이 관객들과의 대화를 위해 무대 앞으로 등장했다. 관객석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들고 감독에게 질문과 찬사를 전했다. 쇄도하는 질문 때문에 행사를 마무리하지 못할 정도. 이 감독이 행사를 마치고 나가는 도중에도 관객들이 개인적으로 찾아와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했다.
↑ 사진=김윤아 기자 |
한 관객은 눈물을 글썽이며 “훌륭한 영화다. 감동을 받았다. 어떤 포인트냐고?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대화에서도 그렇고, 아들이 죽을 때 만감이 교차했다. 아카데미 영화상 수상까지 할만하다”고 극찬했다.
이어 한국의 역사적 배경지식이 없어 영화를 보는 동안 어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에 “영화가 이야기를 잘 이끌어나가고 있다. 연출 감각이 뛰어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 엘에이 ‘무비메이커’ 매거진 에디터 켈리 역시 “역사적 배경 지식은 영화를 보는데 문제되지 않았다. 가족 이야기에 뭉클한 감동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극중 문근영의 분장이 아쉽다는 평이 있었고, 부채춤을 추는 소지섭을 유아인과 혼동하는 관객도 있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기술적인 한계 때문이다”고 답했고 “동양인들 눈에는 서양인들이 비슷하게 보이기도 하다”고 말해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관객과의 대화를 끝내고 이 감독을 만났다. 그는 “기대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감사하다”고 짤막하게 소감을 전했다. 이 와중에도 관객들이 이 감독에게 몰려드는 바람에 현장을 급히 빠져나가야 했다.
한국의 멋을 표현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이 감독의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영상은 하와이 관객들까지 사로잡았다.
사극의 해외 진출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가족, 부자간의 감정은 인류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정서이다 보니 외국인들과도 공감할 수 있었다. ‘사도’는 2016년 2월28일 개최되는 제88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외국어 영화 부문 한국 출품작으로도 선정돼 내년 1월 노미네이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올해로 35주년을 맞는 하와이국제영화제는 오세아니아와 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제로 인정받고 있다. 1981년부터 시작된 이 축제는 6개의 하와이 섬에 있는 12개의 상영관에서 전 세계 영화 200여 편을 상영하는 북미 최대 규모의 영화제 중 하나다.
김윤아 기자 younahkim@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