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과거는 터프가이의 시대였다. 대중들은 “이렇게 하면 널 가질 거라 생각했어. 넌 내 여자니까”라는 최민수를 따라하며 SBS 드라마 ‘모래시계’에 열광했다. ‘아스팔트의 사나이’ 정우성, ‘바람의 아들’의 이병헌과 손창민. 당시 브라운관을 통해 접할수 있던 드라마들은 제목만 봐도 수컷 냄새가 물씬 풍겼다.
90년대 중반, 당시 방송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터프가이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내놨다.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배용준마저도 KBS2 ‘첫사랑’에서 찬우 역에 분해 암흑의 세계로 들어갔다. ‘머나먼 나라’에서 김민종은 한수에 열연하며 주먹 하나만 믿고 사는 건달로 등장했다.
배우 최재성은 MBC ‘화려한 휴가’에서는 동생의 복수를 꿈꾸는 유학생으로, 이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욕망’을 통해 동네 깡패들의 선량한 우두머리가 됐다. 박상민은 영화 ‘깡패수업’ ‘장군의 아들’에서 갈고닦은 주먹 실력을, SBS ‘형제의 강’을 통해 서울에서 주먹으로 출세를 꿈꿨다.
하지만 이렇게 강조된 남성성은 결국 폭력성과 연결됐다. 2000년 당시 박지원 문화부장관이 텔레비전 속 폭력성을 몰아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고 KBS-MBC-SBS 방송 3사는 사장이 주재하는 비상대책 회의를 잇달아 열고 후속조치를 강구했다. 이후 남성의 폭력성이 강조되는 드라마의 빈도는 줄어들게 됐다. 터프가이가 활약할 가장 큰 무대가 없어진 셈이었다.
여기에 미소년을 뜻하는 ‘꽃미남’ 바람이 불었다. MBC ‘우리집’ 김재원, ‘연인들’의 이정진, SBS ‘피아노’의 고수, ‘화려한 시절’의 지성 등은 브라운관 대표 꽃미남이 됐다. 반면 SBS ‘화려한 시절’ 류승범, MBC ‘뉴 논스톱’의 양동근은 남성성과 반항적인 이미지를 대표하며 인기 경쟁을 벌였다.
1, 2, 4위에 랭크된 배우들은 모두 ‘꽃미남’이라 불리는 아름다우면서도 남성성이 짙은 미모를 가지고 있다. 이 순위처럼 이후부터는 꽃미남들이 터프가이 연기를 하는 모양세가 됐다. 그리고 이훈, 최민수, 김보성이 맡고 있던 터프가이 역할은 모두 꽃미남들의 차지가 됐다.
미디어 속 남성들은 ‘터프함’이라는 이미지를 지니되 외적으로는 깔끔함을 원했다. 당시 화장품 업체들 역시 이런 트렌드를 반영, 남성 전용 화장품들을 연이어 출시했다. 현재 트렌드 역시 남성성은 남아있되 젠틀한 언행과 깔끔한 외모가 기반이 되어있는 셈이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