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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연예인을 향한 ‘민낯이 더 예쁘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요즘이지만, 아무래도 혜리에겐 특별한 무언가가 있나보다.
무대 위 혜리는 (아직은 귀여운 섹시에 가깝지만) 섹시큐티 걸그룹 걸스데이의 막내다. 아기자기하거나 혹은 요염하게 메이크업으로 한껏 꾸며진 모습은 더 없이 예쁘지만, 무대서 내려와 짙은 화장을 벗어낸 혜리는 더욱 사랑스럽게 빛난다.
혜리는 지난해 MBC 예능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 당시, 걸그룹으로서 내놓기 쉽지 않았을 생얼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5박6일에 걸친 혹독한 훈련에 치열하게 맞선 모습은 혜리의 재발견이었고, 결정적 한 방 ‘이이잉’으로 그야말로 연예인으로서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이이잉’이 없었다 해도 당시 방송에서 드러난 자연인 혜리의 일거수일투족은 남성 시청자는 물론, 여성 시청자들마저 엄마미소 짓게 할 정도로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이후 혜리는 어딜 가나 캐스팅 1순위로 손꼽히는 A급 스타가 됐다.
그랬던 혜리의 주가는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을 통해 시쳇말로 ‘지붕킥’ 수준이 됐다. 극중 쌍문동 5인방 중 홍일점으로 활약 중인데, 이전 시리즈인 ‘응답하라 1997’의 정은지, ‘응답하라 1994’의 고아라도 큰 사랑을 받았지만 ‘응팔’ 혜리만큼 뜨겁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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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 초반부터 캐스팅 확정되며 사실상 드라마의 얼굴이 된 혜리는 방송 전, 여주인공이 자칫 ‘구멍’이 되지 않겠냐는 우려를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 무엇보다 ‘응팔’은 다양한 캐릭터의 향연으로 시청자들에게 연일 풍성한 잔칫상과 같은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그 시절 가장 보통의 존재인 덕선 캐릭터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커다란 치아를 하얗게 드러내고 까맣게 반짝이는 눈을 반달로 만든 채 헤벌쭉 웃는 모습이나, 차마 보기 민망할 정도로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엉엉 울어재끼는 모습 등에선 ‘연기돌’ 혜리를 찾아볼 수 없이, 영락없는 덕선이다.
당시 유행하던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촌티 폴폴 나는 짙은 화장에 골몰하는 모습이나, 주인집 아저씨 김성균과 당대 유행어 ‘아이고 김사장~ 반갑구만 반가워요’를 거침없는 액션으로 보여주는 모습에선 발랄한 매력을 물씬 풍긴다.
자신을 짝사랑하는 정환(류준열)을 비롯한 동네 친구들과 티격태격할 땐 초등학생 같으면서도, 자신이 보낸 라디오 사연이 소개될 땐 가슴 떨려하는가 하면 제대로 된 고백조차 못 해보고 끝나버리게 생긴 첫사랑에 눈물을 쏟는 모습에선 또 천상 사춘기 여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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