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드라마 ‘엄마’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자부심으로 똘똘 뭉쳤다. ‘막장’ 없이 시청자들이 살고 있는 일상의 이야기를 섬세하고 공감 있게 그려내겠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이 이들을 이끌고 있다.
10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MBC 일산 드림센터 앞 한 음식점에서는 MBC 주말드라마 ‘엄마’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배우 차화연, 박영규, 장서희, 김석훈, 홍수현, 이태성, 이문식, 도희와 오경훈 PD가 참석했다.
‘엄마’는 홀로 자식들을 키우며 모든 것을 희생한 엄마가 ‘효도는 셀프’라면서도 어떻게든 유산은 받겠다는 괘씸한 자식들을 향해 통쾌한 복수전을 펼치는 이야기로, 각 연령층의 사랑과 가족의 따뜻함을 그린 드라마다. 극에서는 엄마 윤정애(차화연 분)와 딸 김윤희(장서희 분), 아들 김영재(김석훈 분), 김강재(이태성 분)과 때로는 사랑하고, 때로는 싸우며 엄 회장(박영규 분)과의 로맨스도 그려낸다.
↑ 사진제공=MBC |
간만에 등장한 참 따뜻한 드라마라는 점에서 애청자들 사이에서는 호평이 높지만, ‘엄마’에 이어 방송하는 ‘내 딸, 금사월’에는 상대적으로 화제성이 적고 시청률도 낮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신경쓰일 법도 하건만, 이날 한자리에 모인 오 PD와 배우들은 입모아 “우리는 다른 드라마들과 다르다”고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드라마의 연출을 맡고 있는 오경훈 PD는 “저희 욕심만큼 시청률이 나오거나 이슈가 많이 되지는 않지만 저희가 목표했던, 그리고 계획했던 스토리를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오 PD는 “사실 지금 이 시점에서 이런 따뜻한 드라마가 나와야 한다”고 입을 열었다.
오 PD는 이어 “제가 중견 PD이기 때문에, 그리고 김정수 작가님도 유명하신 작가님이기 때문에 막장이 없어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는 책임감이나 욕심을 가지고 하게 된다”며 최근 소위 ‘막장’으로 흘러가는 게 다반사인 방송가의 흐름을 조금이라도 바꾸자는 생각에 드라마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출발이 그러하니, 드라마는 억지스러운 설정이나 자극적인 장치를 배제하게 된다. 물론 시청률 면에서는 이런 ‘뚝심’이 위험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오 PD 또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오 PD는 “사실 시청률 나오는 법은 있다. 자극적인 요소를 쓰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설정을 만들면 된다”고 말하며 “사실은 유혹이 한 두 번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제작진과 배우들은 서로를 다독이며 시청률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좋은 드라마’를 만드는 것에 의의를 두며 뚝심을 밀고 나갔다. 차화연 또한 “우리 드라마는 참 따뜻하다. 촬영장도 그 따뜻한 기운이 있어 첫 날부터 호흡도 착착 맞고 늘 웃으며 촬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막장’을 연기하려면 캐릭터의 감정을 소화해야 하니 연기자들도 힘들고 지친다. 하지만 ‘엄마’는 전혀 그런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배우로서의 만족감도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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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MBC |
‘엄마’의 맏어른인 박영규는 극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다. 그는 “나도 ‘막장’을 연기해봤지만 연기하기는 솔직히 쉽다. 하지만 기승전결이 없는 스토리가 펼쳐지며 연기도 근거 없어지고, 결국 배우는 잊힌다”며 배우들에게도 ‘막장’은 악순환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하며 그렇기 때문에 ‘엄마’ 같은 드라마가 더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홍수현, 이태성, 도희 등 후배 배우들도 드라마를 촬영하며 엄마의 시선으로 자식을 바라보게 되고, 그만큼 부모님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으며 각자 경험담을 털어놨다. 이들은 “사실 젊은 시청자들이 많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정말 꼭 봤으면 좋겠다. 배울 점도, 느끼는 것도 참 많은 드라마”라고 말하며 배우 스스로가 드라마를 통해 인간적인 성장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특히 ‘엄마’는 작가들 사이에서 반향이 크다. 오경훈 PD는 “작가들의 커뮤니티 사이에서 ‘엄마’를 본방사수 드라마로 일컫고 있다. ‘따뜻한 말 한 마디’ ‘상류사회’ 등을 집필한 하명희 작가는 김정수 작가님과 다른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잘 보고 있다’며 간식차를 선물해주기도 했다”며 시청률과의 싸움에 끊임없이 길을 고민하는 작가들 사이에서 ‘엄마’는 하나의 ‘건강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엄마’는 분명 폭풍적인 인기를 끌 만한 작품은 아니다. 잔잔하고, 따뜻하고, 소소하다. ‘대박 드라마’의 요소와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엄마’의 의미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자부심에서 찾을 수 있다. 천편일률적으로 ‘막장’을 찾는 방송가, 그리고 이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 ‘막장 없이도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바로 ‘엄마’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