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연극 ‘액션스타 이성용’의 세계 속 청춘들은 시쳇말로 웃프다.
꿈도 의욕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다가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절권도를 배우게 된 이성용이나, 잘나가는 연인에게 버림받은 소다미, 인기 최절정에 오르면서 어깨에 힘이 들어간 액션스타 강두원, 그리고 한쪽 다리가 불편한 액션스쿨의 사범 최원표, 이름 없는 수다쟁이 액션스쿨 단원 박선배까지. 저마다의 아픔과 걱정,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힘든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액션스타 이성용’이지만 각각의 인물들은 찌질할지언정 우울하지는 않다. 코믹이라는 장르에 맞게 어려움 앞에 좌절하기 보다는 우스꽝스러움을 통해 이를 유쾌하게 승화시켜 나간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에서 형제로 만났던 박유덕과 김보강이 ‘액션스타 이성용’을 통해 라이벌이자 친구로 다시 만났다. ‘빈센트 반 고흐’에서 김보강이 타이틀롤이었다면, ‘액션스타 이성용’의 타이틀롤은 박유덕에게 돌아갔다. 박유덕은 만년백수 이성용으로, 김보강은 어깨에 힘이 들어간 잘나가는 액션스타 강두원으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유덕이가 ‘액션스타 이성용’에 먼저 캐스팅이 됐어요. 제가 이 작품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유덕이에요. 사실 무술을 해본 적이 없어서, 작품을 시작하기 전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제안이 온 뒤 바로 유덕이에게 전화를 걸어 여러 가지를 물어봤어요. 지옥훈련을 하고 있다더라고요. 고민은 했지만 친구가 있으니 마음이 편하고 배워보자는 마음에 시작했죠.”(김보강)
![]() |
친구 따라 강남가다고, 작년 ‘빈센트 반 고흐’를 통해 박유덕과 친해진 김보강은 그를 믿고 ‘액션스타 이성용’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다면 박유덕은 ‘무엇’을 보고 작품에 뛰어들게 된 것일까.
“저는 대본보고 따라왔어요. 처음 대본을 접했을 때 많은 생각을 했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하지만 대본을 읽을수록 재밌는 거예요. 재밌게 살려볼 수는 있겠다 싶었고, 그렇게 시작하게 됐죠.”(박유덕)
‘액션스타 이성용’에서 주인공인 이성용이라는 이름 자체가 이소룡에서 비롯된 것처럼, 극중 이소룡이 창시한 절권도의 비중은 매우 높다. 극중 이성용이 다니는 액션스쿨이 절권도를 다루고 있으며, 강두원 역시 수준급의 절권도 실력을 자랑하는 액션배우이다. 화려한 액션이 극의 볼거리인 만큼 ‘액션스타 이성용’의 모든 배우들은 기본 이상의 절권도 기술을 선보일 수 있어야 한다.
“제가 운동을 좋아하거든요. 평소 헬스도 즐겨하고 등산도 하고 했는데 무술, 절권도는 다르더라고요. 덕분에 체력적으로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래도 좋은 것이 작품을 통해서 체력도 좋아졌고 살이 빠졌다는 것이죠. 처음에는 절권도를 배우는 것이 어려웠는데, 이후에는 폼나게 액션연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진짜 싸우는 게 아니다보니 각 배우들 간의 합이 정말 중요했어요. 진짜 때리고 맞으면 위험하니 최대한 동선을 맞추는데, 진짜로 때리지 않으면서 ‘맛나게’ 액션연기를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김보강)
“저는 원래 격투기를 좋아했었고, 절권도는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합기도를 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보다 적응이 빨랐죠. 동작을 할 때도 자신감이 있고, 연기에 대한 리액션을 하는 것이 쉬웠던 것 같아요. 덕분에 제가 다른 배우들보다 웃기게 잘 받는다하더라고요. 같이 합을 맞추고 연기를 하니 재미있어요. 물론 저라고 절권도가 쉬웠던 건 아니에요. 합기도와 달리 절권도가 종합무술이고 실전무술에 가깝다보니 형태가 자유롭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트레이닝 하기가 힘들었어요. 특히 여름에 연습하느라 땀을 많이 흘렸죠.”(박유덕)
↑ 사진제공=스토리피 |
무술실력에 있어 자신을 보인 박유덕에게 김보강의 액션연기에 대해 점수를 매겨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박유덕은 웃으면서 “예전에는 5점정도였다면 지금은 10점 가까이 올라왔다. 자기만의 무술의 호흡이 생겨서, 굳이 점수를 매기자면 9.5점정도. 막공쯤 되면 마지막 0.5점을 채워 완벽한 실력을 보여줄 것 같다”고 극찬했다.
박유덕의 칭찬에 질세라 김보강 또한 칭찬 릴레이에 들어갔다. 김보강은 박유덕의 연기에 “정말 살아있는 이성용 같다. 첫 신에 이성용이 괴기스러운 표정을 짓는데, 농담이 아니고 진짜 이성용이 살아서 온 줄 알았다. 정말 웃겼고, 영화 촬영장 신에서 스타킹을 얼굴에 뒤집어쓰고 연기를 하는데, 진짜 웃음이 터졌다”고 털어놓았다.
아무리 즐거운 연기 현장이었지만 “악으로 깡으로 버티기도 했었다”는 박유덕과 김보강의 말처럼 ‘액션스타 이성용’은 쉽지 않은 연극이었다. 자칫 합이 흐트러지면 바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거듭되는 연습은 물론이고, 매 순간마다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공연도중 에피소드가 있는데 주먹신에서 순간 합이 꼬인 거예요. 순간 맞으면 크게 다치겠다 싶어서 반사적으로 피했죠. 운 좋게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는데, 그럼에도 코를 맞아서 많이 아팠던 기억이 있어요. 다행인 것은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현재까지도 배우들 중 큰 부상을 입은 경우가 없어요. 상해보험은 들었냐고요? 당연하죠. 이 공연에서 상해보험은 선택이 아닌 필수예요.”(김보강)
액션연기를 선보인다는 것을 제외하면 ‘액션스타 이성용’ 속 인물들은 친숙하다. 코믹청춘드라마를 표방하는 만큼 극중 인물들을 고민은 한 번쯤은 살면서 접해봤을 정도로 익숙하고 친숙하다.
“저는 제가 연기하는 이성용 외에도 여섯 명의 캐릭터 모두 와 닿을 때가 있어요. 무대 위 ‘액션스타 이성용’ 속 캐릭터들은 한번쯤은 접해보았을 일상적인 인물들인 것 같아요. 작품을 보다보면 ‘그래 저런 사람도 있어’라는 거죠. 그래서 재밌는 것 같아요. 캐릭터들이 생동감 있게 보이니. 그래서 공연을 빨리 하고 싶었어요. 저랑 이성용간의 싱크로율이요? 그냥 제가 연기하는 이성용이 저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장난으로 허세를 부릴 때도 많고, 실제로도 귀찮니즘이 심해서 나름 생활연기를 하고 있죠.(웃음) 그리고 저를 캐릭터에 맞추기보다는 캐릭터를 저에게 흡수하는 스타일이라서 크게 다른 점은 없는 것 같아요.”(박유덕)
“저는 강두원보다 이성용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저 역시 성장을 해나가는 입장으로서 이미 완성된 강두원보다는 이성용에 더 공감이 되죠. 그리고 저도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비슷한 것이 있어요. 음악을 하셨었는데 제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죠. 이성용과 장르만 다를 뿐비슷한 점이 많아서 공감이 많이 됐죠. 그렇다고 강두원이 공감이 안 된다는 것은 아니에요. 강두원은 강함이 본바탕이 돼 있지만 내면의 순수하고 여린 인물이에요. 다만 다른 점은 만약 제가 가장 믿었던 사람이 저를 배신을 했거나, 제 기준에서 상처를 주는 행동을 했다면 저는 당장 가서 이야기를 통해 오해를 풀거든요. 강두원보다는 멘탈이 강하죠. 그 정도로 쉽게 무너지지 않아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개인적으로 강두원이 안쓰러워요.”(김보강)
↑ 사진제공=스토리피 |
‘액션스타 이성용’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익숙한 캐릭터를 앞세우면서 이 시대 청춘들의 초상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춘이야기의 중심에 선 박유덕과 김보강에게 극중 인물이 아닌 인간 박유덕과 김보강의 청춘에 대해 물어보았다.
“저는 인생 그 자체가 청춘이라고 생각해요. 드라마처럼 잠깐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 아닌, 살아있는 동안 계속 이어지는 것이죠. 그렇기에 청춘은 지나간 것이 아닌 머물러 있는,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픔 속에서 얻는 것도 있고, 실수 속에서도 교훈을 얻는 것들이 많죠.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청춘이라서 아픈 게 아니라, 내 청춘이 길고 죽을 때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아플 수도 있고, 아픈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인생이 늘 평탄하지만은 않잖아요.”(박유덕)
“전 제 청춘을 이야기하기 전에 이 시대에서 앞으로 성장해 나가는 청춘에게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지금을 사는 청춘들은 아프기 싫어하고, 그렇기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제 청춘을 돌아보면 정말 아팠어요. 그리고 그만큼 아름다웠죠. 어떻게 그 시간이 아름다울 수 있느냐, 만약 그 아픔이 없었으면 지금의 저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요. 당시 아팠기에 각각의 인물들을 공감할 수 있고, 그렇기에 표현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이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죠. 저는 청춘들에게 물러서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세상이 너무 빨라지고 정보화가 잘 되다보니 아픔을 대리적으로 느끼는 이들도 있는 것 같아요. 저희는 정말 무식했어요. 저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어가는 중간세대에서 성장했어요. 지금은 디지털에 적응되다보니 더 진짜 본질적인 것에 나오기도 전에 이를 막기 위해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이죠. 비로소 철이 들고 나니 내가 두려워했던 것들과 아팠던 것들이 아름답게 펼쳐지더라고요. 울어본 본 놈이 잘 웃는다는 말이 있어요. 울어본 적도 없으면 웃을 수도 없다고 봐요. 저의 청춘도 아팠지만 그 아픔 때문에 저는 지금 이 곳에 있는 것이고 더 성장해 나갈 수 있었어요. 이 청춘이 결론적으로 ‘액션스타 이성용’이 말하고자 하는 바 아닌까 싶어요.”(김보강)
↑ 사진제공=스토리피 |
실제로 만나본 동갑내기 친구 박유덕과 김보강은 닮은 듯 또 다른 매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박유덕이 옆집 아저씨와 같은 소박하고 털털한 매력이 있다면 김보강은 모든 대답에 파이팅이 넘쳐있었다. 아 파이팅이 넘쳤다고 에너지가 과했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질문에 적극적으로 말하고 자신이 생각한 바를 솔직하게 털어놓은 김보강에게서 호쾌하면서도 건강한 매력으로 상대방을 웃게 했다. ‘허허허’하고 웃는 박유덕과 신나게 이야기 하는 김보강 덕분에 인터뷰 내내 현장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들의 성격은 신년계획에 대한 질문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계획을 세워봤자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며 뚜렷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 박유덕과 달리 김보강은 자신의 발전을 위한 큰 목표를 분명하게 세웠던 것이다.
“얼마전에 회사 사람들과 신년계획을 세웠는데, 가장 큰 목표는 스스로 큰 발전을 하자는 것이죠. 가능하면 미디어 쪽으로 문을 두드리며 새로운 시작을 해보고자 합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격이러다도 한 번 도전해 보려고요. 총알은 이미 장전돼 있으니 이제는 쏘는 일만 남았네요.”(김보강)
“저는 계획을 안 세워요. 매년 세웠는데 늘 흐지부지 되더라고요. 그냥 흐르는 강물처럼 상황 속에 몸을 맡기려고요.(웃음)”(박유덕)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