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tvN 드라마 ‘미생’에선 겉은 차가워 보이지만, 속은 누구보다 따뜻한 차장 역으로, 영화 ‘손님’에서는 차가운 모습과 함께 카리스마를 뽐냈던 촌장으로 변신했던 이성민이 이번엔 ‘로봇, 소리’를 통해 딸을 잃어버린 아버지 해관으로 분해 로봇 소리와 함께 가슴 따뜻해지는 휴먼 감동 드라마를 그린다.
“(연기하기) 편한 건 해관이었어요. 말투도 경상도 말투고, 가장 평범한 인물이었죠. 그렇게 캐릭터를 위해 꾸밀 필요는 없는 설정이었죠. ‘미생’의 캐릭터는 원작에 잘 묘사돼있어서 쉬웠는데, 그것도 원작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해석한 부분도 있었죠. 가장 힘든 건 ‘손님’이었어요. 하나하나 만들어갔었던 캐릭터니까요. 많이 힘들었고 애정이 많이 가는 캐릭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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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곽혜미 기자 |
‘로봇, 소리’의 해관 역이 가장 쉬웠다고 말하지만, 모든 영화가 그랬듯이 ‘상대적’으로 쉬웠다는 말이었을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 아빠이자 경상도 남자인 해관이 실제 이성민과 닮아있는 점이 그를 편하게 만들었을지 몰라도, 실제로 말을 할 수 없는 상대인 로봇과 함께 연기를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힘들진 않았어요. 처음부터 상대해야 할 기계였고, 설정 자체가 그랬으니까요. 더군다나 이 로봇은 CG가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거니까요. 만약에 대상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거예요. 감정이 없는 상태를 두고 연기를 해야 하니까, 그거에 맞춰서 연기를 했어요. (촬영) 하면서 정말 즐거웠어요. 말은 안 했지만, 일반적인 (사람) 배우가 마지막 촬영을 하고 가는 것과 똑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대전에서 촬영을 했는데, 로봇을 싣고 가는 차로 갈 때까지 다 따라갔어요. 뭔가 정이 들었구나 싶었죠.”
로봇과의 따뜻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성민은 딸을 잃어버리고, 그 딸을 찾는 아버지의 애달픈 마음을 스크린에 그대로 담아냈다. 아버지가 원하는 딸의 진로, 그리고 딸이 원하는 자신의 진로의 갈등을 영화 속에서 담아낸 이성민은 실제로 어떤 아버지일까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저는 그런 갈등은 없어요. 딸하고 특별한건 있죠. 집사람이 늘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니까, 가끔 제가 딸을 학원에 데려다주기도 하죠. 학원에 가는 그 시간에 차 안에서 음악을 크게 들어요. 늘 듣는 엑소 노래지만 볼륨을 크게 틀고 듣고 있죠(웃음). 그게 둘 만의 특별한 시간이죠. 엄마랑 제가 있을 때 너에게 학원에 데려다달라고 하는 이유는 그거 때문이에요. 근데 크면 그게 좋은 추억의 시간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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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곽혜미 기자 |
“반대로 저는 아버지와 갈등을 많이 겪은 편이에요. 극중 딸 유주처럼 대들진 못했죠. 아들은 그런 것 같아요. 딸이 15살 때 싸운 적이 있었는데, 그게 싸움이 되더라고요. 저는 사춘기 때 아버지에게 대들거나 싸운 적이 없거든요. 근데 딸은 언성이 높아지더라고요. 부녀의 관계와 부자의 관계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이성민과 ‘로봇, 소리’는 조금 특별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성민의 출신인 대구가 ‘로봇, 소리’의 배경이 되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로봇, 소리’에서는 대구지하철참사를 다루고 있어 이성민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닐 것.
“이 영화를 선택한 결정적인 계기가 그 사건은 아니었어요. 이 영화의 시작이긴 하지만, 영화에 크게 두드러지게 묘사되진 않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신중해야 했죠. 그래서 조심스럽게 시작했고요. 영화를 찍기 전에 참배도 했죠.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선 조심스럽기도 하고, 자칫 이용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들게 할 수 있으니까요. (대구지하철참사는) 제가 잊고 있었던 건데, 그런 충격이 있었어요. 우리가 무의식중에 잊었던 일에 대해서 말이죠.”
‘로봇, 소리’ 이후에도 이성민은 ‘검사외전’ ‘리얼’ ‘바람바람바람’까지 연이어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인사할 예정이다. 매 작품마다 색다른 변신으로 팬들을 놀라 게 만드는 그의 작품 선택 기준을 묻자, 그는 캐릭터나 시나리오 같이 단 하나의 이유를 꼽진 않았다.
“제가 거절을 잘 못 해요(웃음). 거절 못 하는 걸로 유명하죠. 우리 매니저들은 제발 그러지 말라고 그래요. 그래서 특별출연도 많이 하고 그랬죠. 또 시나리오라는 것도 하루아침에 쓰는 게 아니고, 누군가의 피와 땀이 서려있는 데 하나라도 허투루 볼 수 없죠. 그걸 갖다가 골라내는 게 쉽지는 않아요. 보면 다 하고 싶으니까요. 함께 일하는 사람도 중요하고,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기준이 있어요. ‘검사외전’도 비중은 얼마 안 돼요. ‘리얼’도 그렇고요.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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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곽혜미 기자 |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