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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지우 “‘에이, 네가?’…선입견 깨고 싶었다”

기사입력 2016-02-23 11:15 l 최종수정 2016-02-2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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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아이 때문에 살기 보다는 아이를 위해 살고 싶어요. 아이를 위해 더 멋진 엄마가, 또 행복한 여자이고 싶어요. 제 스스로 성장하는 게 아이에게 더 훌륭한 엄마가 되는 지름길인 것 같아요. 많은 변화를 겪은 만큼 책임감도 커졌고, 삶에 대한 애정도 깊어진 것 같아요. 달라진 제 모습, 무대에서 확인해주세요!”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이건 가히 반칙 수준이다. 한국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하 ‘바람사’)에서 가장 완벽한 ‘스칼렛 오하라’로 평가 받았던 배우 김지우를 두고 하는 말.
앞서 ‘스칼렛 오하라’의 캐스팅(바다‧김소현‧김지우)이 공개됐을 때만 해도 그의 실력에 의구심을 품은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막이 오르자, 판은 뒤집혔다. 그녀는 그 어느 때 보다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비단 폭풍 감량으로 완성한 미모 때문만은 아니다. 성숙해진 연기와 노래가 그녀를 변화를 입증했다.
최근 화려한 의상과 분장을 지우고 ‘엄마’의 일상으로 돌아간 김지우를 만났다. 소박한 민낯으로 나타난 그녀. 얼굴도 몸매도, 여전히 예뻤다. “아이를 낳은 엄마가 맞냐”고 칭찬 섞인 인사를 건네니 “유지하느라 죽을 것 같다”며 위트 있게 받아친다.
“임신 전에 무려 10kg이 이미 불어있었고, 임신 후에는 5kg이 더 쪘어요. 총 15kg가 불어난 셈이죠. 다이어트 성공 비결이요? 남편의 독설이 엄~청난 자극이 됐어요. ‘자기도 퉁퉁한 주제에…(찡긋).’”
독설이라니, 스타 셰프 레이먼 킴과 김지우는 소문난 잉꼬부부가 아닌가. 농인 듯 했으나, 그는 “한창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남편이 아주 냉정하게 말하더라”라며 말을 이어갔다.
“남편이 ‘기본적인 몸매도 준비가 안 됐는데 어떻게 (무대에) 복귀를 할 수 있겠냐’고 돌직구로 말하더군요. ‘당신이 한 아이의 엄마만이 아닌, 스스로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최대한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하는데 스스로가 그렇게 노력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고도 했죠. 우리 둘이 항상 ‘딸 루아를 위해 살지언정, 루아 때문에 살지는 말자. 루아에게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하자’라는 말을 하거든요. 당시에는 남편의 말이 서운했지만 생각할수록 맞는 말이었어요. 그래서 남편 소개로 정아름 트레이너를 소개 받고 이 악물고 운동을 했어요. 눈물의 3개월이었죠. 결혼 전에 이렇게 몸매 관리를 했다면 아마 하고 싶은 역할을 다 할 수 있었을 텐데…하하하!!”
그녀가 이토록 눈물겨운 다이어트를 한건 놓을 수 없는 무대를 향한 꿈 때문이다. ‘바람사’는 출산 후 10개월 간 ‘엄마’로 충실했던 김지우에게 꼭 잡고 싶은, 간절한 끈이었다. 그는 “아이를 낳기 전 마지막 활동도 뮤지컬(아가씨와 건달들)이었고, 작은 역할이어도 좋으니 뮤지컬로 복귀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스칼렛’이란 엄청난 배역을 덜컥 맡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아이를 낳고 산후우울증이 올 뻔 했어요. 아이와 남편에만 매달려 있다 보니 나 자신을 잃어버린 느낌이었거든요. 다행히 공연 덕분에 우울함은 극복했는데…막상 아이를 떼놓고 나가니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루아가 다행히 순해서 낮에는 잘 놀았는데 조금만 어두워지면 저를 그렇게 찾았다고 해요. 마음이 너무 아파서 일하고 돌아오면 자고 있는 루아 옆에서 한 참을 울곤 했어요.”
아이도 아이지만 스스로에 대한 걱정도 참 많았다고 했다. 오디션에 붙은 이후로 밤낮없이 맹연습에 돌입했지만, 그 두려움은 쉽게 가시질 않았다고.
“막상 오디션에 붙고 나니, 제 실력에 대한 걱정이 마구 샘솟았어요. ‘애기 엄마’라는 이미지가 역할에 지장을 주진 않을지, 혹시나 실력이 부족해 관객들을 실망시키진 않을지 덜컥 무서워지더라고요. 아직까지 ‘김지우? 김지우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관객들이 여전히 많은데, 그 선입견을 깨고 조금이나마 더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은 욕심이 컸어요. 그런 모든 것들이 부담감으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안팎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가족만큼이나 큰 힘이 된 건 동료 배우 김소현이었다고. 육아 면에서도 무대 경험 면에서도 자신보다 선배인 김소현의 응원과 조언들이 큰 용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좋은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는데, 그 중에서도 김소현 언니는 정말 사랑하게 됐어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언뜻 눈가가 촉촉해지는 듯 했다.
“애기 엄마로서의 김지우도 좋지만 열심히 활동해서 나중에 우리 딸이 자랑스러워하는 엄마가 되겠다며 선택한 무대인데…정작 이게 아이를 위한 일인가 고민이 되고 힘들었어요. 그 때 소현 언니가 ‘사람마다 어떤 사랑을 주느냐 방법이 다 다르다. 애기 옆에 엄마가 있어 주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엄마에게도 중요한 때가 있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내 인생은 뭐였지’라고 우울해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일도 열심히 하고 애기에게도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아이가 그 사랑을 아는 때가 분명히 온다고, 그렇게 얘기해줬어요. 너무 큰 위안이 됐죠.”
인고의 시간은 견딘 덕분일까. 김지우는 배우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한 단계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업계에서 그녀를 보는 눈도 분명 달라졌다. 이제는 무대 위에서 충분히 자신을 믿고 자유롭게 즐겨도 될 위치에 섰건만, 그녀는 “그냥 저를 향한 의구심, 꼬리표를 떼고 싶어요”라며 겸손하게 말한다.
“항상 저는 관객들에게 의문점을 갖게 하는 사람이었어요. ‘나는 언제쯤 이런 꼬리표를 뗄 수 있을까’ 속상했죠. 큰 역할을 맡은 만큼, 여기서 잘못하면 뮤지컬 인생이 끝날 수도 있겠다는 각오로 임했어요. 정말 많이 연습했고 또 노력했던 작품이에요. 이제는 저를 향한 시선이 조금은 달라졌을까요?”
그녀를 보고 있으니, 문득 최근 안방극장에 복귀한 배우 소유진이 떠올랐다. 셰프는 아니지만, 요리를 소재로 한 방송을 모조리 휩쓸며 활약 중인 남편을 뒀고, 아이를 키우느라 잠시 본업인 연기도 쉬었다. 그리고 드라마를 통해 화려하게 복귀했다.
“드라마에 대한 욕심은 없나? 최근 소유진씨의 역할을 보니 지우씨도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물으니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역시 짱”이라며 웃으며 답한다. 이어 “기회가 된다면, 물론 방송이나 영화도 하고 싶지만 지금은 공연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라면 누구나 드라마나 영화에 대한 로망이 있죠. 그런데 지금 저에겐 다양한 걸 어설프게 건드는 것 보단 하나라도 제대로, 내 입지를 다지고 실력을 쌓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시간을 두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 찾아 아주 작은 역할부터라도 도전 하고 싶어요. 일단은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인정을 받고, 그런 경험들을 토대로 보다 성숙한 연기도 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죠. 당장 ‘믿음을 주는 배우’까지는 욕심이고, ‘저 사람이면 잘 하겠네’ 정도의 안도만이라도 주고 싶어요. 무대는 TV와는 달리 작정하고 티켓을 구매하고 캐스팅을 골라서 보는 거잖아요? 고액의 돈을 주고 공연을 보러 왔는데, 실망감을 안기면 안 되죠. 적어도 제 공연만큼은 그런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아요. 요즘 제 머릿속은 이렇게, 오직 ‘무대’로 가득합니다.”
대화 내내 남다른 책임감이 느껴졌다. 뮤지컬에 대한 강한 열정도 함께. 무대 위 만큼이나 한 가정의, 한 사람으로서의 모습도 충분히 매력적인 그녀다. 다음 무대는 분명 ‘바람사’에서 보여준 것 그 이상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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