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귀향'은 누적관객 330만명(이하 19일 영진위 기준)을 돌파했다. 30여개 상영관으로 시작한 '귀향'은 900개 가까운 상영관까지 치솟다가 현재 500여개 관을 유지하고 있다.
수직계열화에 따른 상영관 독점과 쏠림은 영화가 흥행할 때 매번 논란이었으나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귀향' 같은 영화를 꼭 봐야 한다" "꼭 보고 싶다"는 의견이 계속되고 있다.
클라우드 펀딩 형식으로 제작된 '귀향'은 개봉 즈음부터 관객들이 먼저 반응했고, 그 덕에 기적 같은 흥행에 성공했다.
일제강점기 강제로 일본군 위안부로 내몰린 처참한 상황의 소녀들 이야기에 씻김굿이라는 소재를 버무려 영화화했다. 얼굴과 몸, 마음 가득 박혀있는 소녀들의 상흔이 연속적으로 나열된 '귀향'은 대단하다고 칭찬할 순 없지만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대변했다.
비슷한 시기 시대의 아픔을 대한민국의 유명 시인 윤동주와 그의 사촌 송몽규를 통해 보여준 '동주'도 꾸준히 200~300개 관을 챙기며 흥행 중이다.
영화는 그동안 우리가 아는 것 같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윤동주를 재조명했다. 문학계, 공연계도 난리다. 더불어 나라를 위해 희생한 독립운동가 송몽규도 주목하게 했다. 흑백 비상업영화가 100만 관객을 돌파한 것 역시 기적 같은 흥행이다.
상업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영화들도 관객들이 좋아한다는 걸 보여준 점은 고무적이다. 수직계열화 문제가 심각한 한국영화계에서 상영관들도 관객이 반응하는 것에 생각이 바뀌었으면 좋으련만 별로 그런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분명 '귀향'과 '동주'의 흥행을 상영관도 좋아한다. 다만 그저 누이 좋고 매부 좋을 뿐이다. 핑계 댈 논리가 좋다. "관객들이 보고 싶다고 하니 상영관 수를 늘렸고, 흥행도 자연스레 따라왔다"는 일반적인 해명과 비슷하다. 두 영화의 흥행 의
여전히 투자배급상영관들은 그들만의 논리를 대며 작은 영화들의 스크린 수를 들쭉날쭉 조절한다. 작은 영화들의 흥행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관객의 관심을 못 받은 영화는 여전히 1주일 이내 메인 상영시간이 아닌 때에 보려고 해야 볼 수 있고, 이후에는 변두리나 예술 영화관을 찾아야 하는 수고를 계속해야 한다.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