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OCN 토일드라마 ‘동네의 영웅’이 종영을 맞은 가운데 좋은 캐스팅과 좋은 기획을 두고 미미한 성과를 거둬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방송된 ‘동네의 영웅’ 마지막 회에서는 악의 무리인 뉴욕스터디그룹을 처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는 주인공 백시윤(박시후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백시윤은 윤상민(윤태영 분)에게 그동안 뉴욕스터디그룹에서 그에게 지시를 내렸던 일을 모두 밝히자고 회유했고, 정수혁(정만식 분)에게는 뉴욕스터디그룹의 수하에서 벗어나 함께 그 세력을 없애자고 제안했다. 윤상민은 생존을 위해 백시윤의 말에 응했으나 정수혁은 결국 이들을 배신하고 뉴욕스터디그룹에 백시윤의 계획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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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동네의 영웅 방송 캡처 |
이 때문에 윤상민은 증언 대신 기자회견을 택하고, 그는 기자들 앞에서 뉴욕스터디그룹의 정체와 만행, 자신이 행했던 악행까지 모두 고백했다. 정수혁은 막바지에 백시윤의 회유에 기자회견을 망치려고 준비한 시한폭탄을 끄지만 결국 자신의 부하에 의해 목숨을 잃고 만다.
백시윤은 독침에 맞아 독성이 퍼져가는 와중에도 뉴욕스터디그룹의 만행을 밝히기 위해 애썼다. 임태호(조성하 분)가 그와 함께 했고, 최찬규(이수혁 분)는 병원으로 찾아와 그에게 “앞으로도 문화거리의 그림자로 살겠다”는 약속을 하며 백시윤 덕분에 정의롭게 살아가게 된 것을 고마워했다. 배정연(유리 분) 또한 백시윤과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진심을 전한다.
윤상민의 기자회견으로 권력을 쥐고 사람의 목숨도 마음대로 주물렀던 뉴욕스터디그룹의 정체는 세상에 알려지게 됐고, 최찬규와 배정연을 필두로 한 소시민들의 연합도 견고하게 버티며 문화거리를 지켜냈다.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백시윤은 마지막 순간 독성 때문에 정신을 잃었다.
1년 후 최찬규는 경찰이 됐다. 배정연과는 알콩달콩 ‘썸’ 관계를 이어갔고, 배정연은 꿈에 그리던 작가가 돼 자신이 백시윤과 함께 지내며 경험했던 일을 토대로 한 작품을 내놓게 됐다. 임태호는 최찬규의 상사로, 생존형 형사로 여전히 뛰어다녔다. 죽은 줄 알았던 백시윤은 여전히 동네의 그림자로 남아 어려운 일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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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마지막 회에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며 16부작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동네의 영웅’은 시작할 당시 많은 관심을 받았다. 3여 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나타난 박시후, 악역으로 박시후와 대립하게 될 윤태영, 안정적인 연기로 중심을 잡아줄 조성하, 평소에 맡았던 연기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맡은 이수혁과 걸그룹을 잠시 내려놓고 배우로 돌아온 유리까지 호화 캐스팅이 이목을 집중했기 때문.
기획 의도도 신선했다. 곽정환 PD는 “멋있는 건 좋은데 첩보물이나 수사물이 일반 시청자에 와 닿지 않은 느낌이 많다는 게 장르물에 대한 고민이었다”고 말하며 “과거의 아픔을 간직한 요원이 바로 우리 동네 어딘가에 옆집 형처럼 살면서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어쩌면 나를 위로해주고 도와줄 수 있는 이야기가 피부로 더 와 닿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의도를 밝혔다.
‘생활밀착형 장르물’을 통해 대중과의 거리감을 더욱 좁힐 것이란 각오가 색달랐던 ‘동네의 영웅’. 액션과 감정 연기가 모두 가능해 주인공으로 캐스팅 됐다는 박시후는 자신의 몫을 잘 해냈고, 다른 배우들도 꽤나 인상적인 연기를 했다. 임태호, 최찬규 등의 인물을 통해 가장, 취준생의 아픔과 비애를 절절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동네의 영웅’에게는 이런 좋은 재료들을 하나로 뭉칠 만한 구심점이 없었다. 과거의 사연과 현재의 이야기, 동네와 국정원을 넘나드는 스토리 전개가 산만했고, 백시윤이 ‘동네의 영웅’으로 거듭난 이유가 시청자들을 설득시키엔 부족했다. 액션이나 코믹 요소로 가볍게 볼 수는 있었으나 다양한 인물들의 사연이 하나로 얽혀야 하는 직조력의 부재가 아쉬웠다.
장르물의 ‘미덕’인 촘촘한 극 구성이 좋은 재료들을 하나로 잘 묶었으면 근사한 작품이 탄생할 수도 있었으나 ‘동네의 영웅’은 결국 ‘미미한 성과’에 그쳤다. 아쉬운 대로 배우들의 호연과 장르물의 색다른 도전이 의미로 남은 드라마였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