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이 50부작의 대장정을 마쳤다. 권선징악을 이뤘으나 주인공들도 마냥 행복하지 못했던 ‘화려한 유혹’. 그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던 드라마의 이상적인 결말이었다.
지난 22일 연달아 방송된 ‘화려한 유혹’ 49회와 50회에서는 주인공 신은수(최강희 분)와 진형우(주상욱 분)가 거대 권력인 권수명(김창완 분) 일가와의 싸움을 끝내는 모습이 그려졌다.
권수명은 강석현(정진영 분)의 죽음을 신은수 탓이라고 고발했고, 신은수는 강석현의 살인죄 누명을 쓰게 됐다. 진형우는 7년 전 죽은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권수명의 수하였던 홍명호(이재윤 분)를 찾아가 권수명의 악행을 증언해줄 것을 부탁하는 등 신은수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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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화려한 유혹 방송 캡처 |
진형우와 신은수는 김경민(김정욱 분)의 증언 등 다양한 증거를 수집했지만 이미 검찰을 꽉 잡고 있는 권수명은 불구속 기소에 그치고 만다.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을 실감하는 신은수와 진형우. 결국 신은수는 법정에 세워진다.
같은 시각, 강일주(차예련 분)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권수명을 향해 칼을 드러내려 한다. 하지만 낌새를 눈치 챈 권수명은 강일주가 신은수의 딸 홍미래(갈소원 분)를 밀어 코마 상태에 빠뜨렸다는 걸 빌미로 그를 압박한다. 결국 강일주는 그 압박에 못 이겨 권수명이 원하는 대로 홍미래를 납치해온다.
신은수는 딸 미래도 사라지고 결정적인 증거는 없어 강석현을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갇힐 위기에 처한다. 권수명은 자신의 며느리인 강일주를 증인으로 세워 ‘굳히기’에 돌입한다. 하지만 강일주가 내민 증거는 다름 아닌 권수명과 강석현의 담당의가 만나는 CCTV 영상. 그 자리에서 강일주는 권수명의 죄와 자신의 죄까지 모두 밝힌다.
알고 보니 강일주는 홍미래를 납치한 게 아닌 다른 아이를 데려와 권수명을 속인 것. 강석현이 죽기 전 “나와 같은 길을 가지 말라”는 마지막 말을 기억하고 더 이상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일을 하지 않기로 한 강일주는 자수를 결심하며 권수명의 몰락을 이끌었다.
권수명 일가는 모두 체포돼 감옥에 보내졌고, 강일주도 자수해 감옥에 갔다. 하지만 신은수는 행복하지 않았다. 꿈에 그리던 복수를 했는데, 밀려오는 공허함에 신은수는 힘들어했다. 신은수는 자신의 사랑이라 생각했던 진형우에게도 “전쟁터에서 만난 연인은 전쟁이 끝나면 헤어진다. 우리도 그런 것 아닐까”라고 말하며 이별을 통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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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화려한 유혹 방송 캡처 |
신은수는 강석현 일가에서 나와 미래와 어머니와 함께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다. 그는 복지재단의 이사장으로 일하며 ‘전쟁’이 아닌 ‘정상’적인 삶을 꾸려간다. 서로를 잊지 못해 결국 3년 만에 재회하는 신은수와 진형우는 주인공들의 해피엔딩을 암시했다.
이처럼 ‘화려한 유혹’은 50부작의 거대한 복수극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순간에는 생각보다 미진한 반전이 아깝긴 했지만 50부작 진행 내내 한 시간 안에 적어도 세 번 이상의 반전을 줬던 ‘화려한 유혹’이 달려온 전적을 생각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말이었다.
무엇보다 거대 권력을 가진 악의 무리와 싸워서 승리를 차지한 주인공의 공허함을 조명한 마지막 이야기는 더욱 새로웠다. 권수명 일가의 몰락을 바라보는 신은수의 표정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복수를 위해 달려왔지만 그 뒤에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걸 신은수를 통해 극명하게 보였다.
‘권선징악’에서 멈추는 게 아닌, 그렇다면 복수를 이룬 사람들에겐 당연하게 행복이 찾아오는 것인지 한 번 생각하게 만든 ‘화려한 유혹’의 결말은 인상적이었다. 신은수가 삶은 끝나지 않았다고 되뇌며 바다를 걷는 마지막 장면은 복수가 인생의 전부였지만 이 운명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발자국을 찍으려 하는 신은수의 성장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혹자에게는 충분히 행복할 권리가 있던 신은수와 진형우의 해피엔딩이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만족스러울 수 있겠다. 하지만 복수를 위해 뭐든지 했던 진형우의 죄책감, 복수에 성공하고도 공허함을 느끼는 신은수의 모습을 담으면서 ‘화려한 유혹’이 그저 복수극이 아닌, 모든 캐릭터들이 자신을 ‘반성하는’ 심리 드라마라는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게 됐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