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정영 기자]
대체 누구를 위한 행복인걸까. 자녀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선사하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가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목표를 위해 걸어왔던 과정이 결국 서로를 향한 비수가 되어 돌아왔다면, 과연 그것은 옳은 선택이었을까.
지난 11일 방송된 SBS ‘동상이몽-괜찮아 괜찮아’에서는 생계를 위해 8년 동안 우도에서 돌아오지 않는 아빠 박일현 씨와 그런 아빠를 그리워하는 10대 딸 박신라 양의 사연이 공개됐다.
이날 딸은 “아빠가 우도에 있는 것은 일보다는 섬에서의 생활이 즐겁기 때문”이라며 “1년에 한두 번만 집에 오기 때문에 가족 간 교류가 거의 없다. 이제는 아빠가 남 같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딸의 눈을 통해 본 아버지의 모습은 가족보다는 타인을 더 신경 쓰는 사람이었다. 촬영 내내 2년 만에 보는 가족보다는 동네 주민이나 제작진 등 다른 사람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 출연진들의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아버지 역시 고충은 있었다. 바쁘다는 말로 가족에게 소홀했던 그는 실제로 우도 ‘박반장’ 노릇을 하며 섬 주민들과 융화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중국집, 아이스크림 가게, 섬 가이드 등 자신의 사업은 물론, 주변 상인의 장사를 돕기도 하고 다양한 지역 행사들까지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고된 하루를 끝내고 온 후 울리는 핸드폰에는 딸의 ‘용돈 요청’ 문자만 가득해 아빠를 한숨짓게 했다.
이에 대해 아빠는 “자리 잡기 위해 처음 7~8개월 동안은 인사만 하고 다녔다.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것은 내가 살기 위한 방법이다”며 “기러기 아빠 생활이 왜 안 힘들겠나. 하지만 외로움을 버틸 수 있는 것은 자식들이 내가 겪었던 가난을 안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열심히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진짜’ 속내를 털어놓은 것.
심지어 아빠는 외로운 섬 생활로 인해 심한 공황장애까지 앓고 있었다. 가족이 있는 집을 더 이상 ‘자신이 돌아갈 곳’이 아니라 ‘또 다른 스트레스를 주는 곳’으로 느꼈다.
단절의 시간이 너무 길었던 것일까. 아빠와 딸의 입장 차이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면서 아빠는 처음으로 딸 앞에서 울분을 토했다. 그는 “넌 아빠가 아프다고 했을 때 전화 한 통 해 준 적이 있느냐”며 “나는 용돈 주는 기계 같다. 그래도 너희는 집에 오면 다 있지 않느냐, 나는 혼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딸 역시 서운함을 드러내며 “내 친구 아빠들은 딸이 좋아하는 거 다 알고 있더라. 근데 아빠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나 아냐”고 끝내 눈물을 흘렸다. 아빠의 부재는 결국 딸에게 큰 상처로 돌아온 것.
두 사람의 대화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가족들의 고충을 고스란히 담아 큰 공감을 샀다. 가족 부양이라는 의무를 어깨에 짊어진 채 일 속에만 파묻혀사는, 그야말로 ‘바깥양반’이 되어야 했던 아빠는 어느 순간 ‘돈 버는 기계’로 전락했고, 가족들은 아빠의 따스함을 기다리며 지쳐가고 있었다.
아빠는 “좋은 아빠와 돈을 모두 다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 아이들과 추억을 포기했다. 나중에 집에 돌아갈 자리가 없어지는 것도 각오하고 있다”고 말해 출연진들을 안
“행복은 적금통장이 아니다. 지금 당장 누려야 할 행복이 있다”는 김원해의 조언처럼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야하지 않을까. 이번 편은 행복은 원하는 때에 손에 잡히는 것이 아님을,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