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tvN ‘배우학교’에 붙었던 애칭이 있다. 바로 ‘인생학교’다. 분명 ‘예능’으로 시작했지만, 12주간 펼쳐졌던 수업의 무게는 묵직했고, 이에 임하는 스승 박신양과 7명의 학생들의 모습은 웃음 보다는 뭉클한 감동이 더 앞섰던 것이다.
“‘배우학교’를 처음 시작할 때는 저도 예능으로 접근했죠. 재미없게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연기에 대한 진정성을 담다보니 진지하고 엄숙해 지더라고요. ‘연기 교육’이잖아요. 예능과 크게 달랐고, 그래서 웃길 수 없더라고요. 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백승룡 PD가 처음 ‘배우학교’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패러디 드라마 ‘미생물’을 통해 장수원을 만나면서부터였다. 당시 ‘로봇연기’로 인기몰이를 하던 장수원을 주인공으로 캐스팅 해 ‘미생물’을 찍던 백 PD는 촬영을 반복할수록 장수원의 연기력이 발전함을 발견하게 됐고, 그 때부터 ‘장수원이 멋있는 연기를 하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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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을 찍을 당시 시간이 지날수록 장수원 형의 연기력이 점점 좋아지더라고요. ‘미생물’ 찍을 때는 농담삼아 ‘초심을 잃지 말라’고 했는데, 객관적으로 연기가 느는 것을 보다보니 ‘형이 정극을 하면 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기에 더 발전시켜 발 연기 논란이 일었던 아이돌들을 모아 연기를 알려주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죠. 막연하게 생각을 하던 와중에 제작 기회가 왔고, 좋은 선생님이 있으면 좋을 텐데 누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박신양 선배가 생각이 나는 거예요. 4년 전 박신양 선배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상당히 인상이 깊었거든요. 그 길로 박신양 선배에게 달려갔죠.”
박신양은 예능프로그램과 거리가 먼 사람이다. ‘배우학교’를 제외하고 드라마가 아닌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은 ‘2010 희망도르 대장정’ 뿐. 백 PD는 작품 외의 곳에 만나기 힘든 박신양을 ‘배우학교’의 선생님으로 캐스팅 할 수 있었을까.
“처음에는 혼이 날 줄 알았어요. 박신양 선배는 연기 열정이 엄청 나신 분이시거든요. 그 앞에서 발 연기를 운운하는 것이 맞나 싶기도 했죠. 그런데 제 생각과는 달리 좋아하시면서 호기심을 보이시더라고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냐며. 이후로 연기에 관련된 강의와 세미나를 데리고 다니시더라고요. 박신양 선배에게 있어 ‘배우학교’는 처음부터 예능이 아닌 수업이었어요. 제 제안에 승낙하셨던 것도 연기를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죠.”
박신양을 통해 연기에 대해 배운 이는 비단 학생들뿐이 아니었다. 백 PD 또한 현장에서 이들의 수업을 촬영하면서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다. 백 PD는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면서 연기가 어렵고 철학적이고 성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고백했다.
“덕분에 ‘배우학교’의 기획의 방향을 바꾸기로 했어요. 예능프로그램인 만큼 웃음도 줘야 했지만, 다른 어떤 것보다도 진정성을 담아야겠다 싶었던 거죠. 무엇보다 학생들이 ‘배우학교’를 통해 연기가 늘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기도 했고요. 처음에 티저를 좀 강렬하게 만들다보니, 이에 대한 실망도 있었던 것 같아요. 티저는 엄청 웃길 것 같은데, 실은 그런 모습이 안 나오다보니 말이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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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출연한 드라마에서 미성숙한 연기를 보여주며 ‘발연기 논란’에 휘말렸던 장수원과 남태현을 제외하고, 개그맨인 이진호나 방송인 유병재를 논외를 놓더라도 심희섭, 박두식, 이종원은 ‘발연기’와는 거리가 먼 이들이었다. 특히 연기경력 18년이 넘는 이원종이 ‘배우학교’에서 연기를 배운다는 것은 의외성에 가까웠다. 직업도 성격도, 연기에 대한 경력도 다른 이들을 학생들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백 PD는 다양성을 꼽았다.
“만약 학생들 모두가 태현이나 수원이형 같은 사람만 있었으면 재미가 없었을 거예요. 여러 종류의 사람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연기란 다양한 인간군단을 보여주는 것이자, 인생을 보여주는 것이더라고요. 그리고 각자 가지고 있는 고민이 달랐어요. 두식이 같은 경우는 거친 연기를 잘하는데 고정된 관념에 갇혀 있다는 생각에 그것을 깨고 싶다고 생각한 반면 희섭이라는 친구는 소심한 성격을 극복하고 싶어 했고, 원종이 형은 모두 알다시피 예전 느꼈던 연기에 대한 열정과 재미를 느끼고 싶어하셨죠. 서로 달랐기에 ‘배우학교’가 더 풍부해진 것 같아요.”
백 PD에게 ‘배우학교’에서 가장 인상이 깊은 Best장면 세 가지만 꼽아달라 부탁했다. 이에 대해 백 PD는 박두식이 떡이 됐던 장면, 남태현이 늑대가 됐던 장면, 그리고 박신양의 눈물을 꼽았다.
“모든 장면이 기억에 남지만 박두식이 떡이 됐던 장면은 연기의 틀을 깨는 장면이었기에 특히 기엇에 남아요. 연기란 저렇게 하는구나 싶을 정도로 오싹했고 집중하는 장면이었죠. 원래 두식이가 그렇게 우는 애가 아닌데 퍼엉 우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안타깝더라고요. 다음으로는 태현이가 늑대가 되는 장면이 있었는데,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우두머리가 되겠다고 설정을 하고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태현이 배우로서 잠재력이 있구나’생각했죠. ‘심야식당’ 발연기 논란으로 상처받을 아이는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죠. 태현이는 정말 열정적인 아이에요. 나이는 어린데도 불구하고 일단 부딪치는 스타일이죠. 늑대연기에서 그 아이의 매력을 느꼈고, 어리지만 멋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마지막은 박신양 선배가 우셨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늘 선생님으로서 강한 모습을 보여줬던 터라 절대 안 우실 줄 알았는데, 수원이형을 보시고 우시는 것을 보고 ‘정말 따뜻한 선생님’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저런 선생님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어요.”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