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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결혼계약'이 잘 끝나서 다행이에요. 배우로서 기분 좋고, 시청률도 그 정도면 괜찮았던 거 같죠.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셔서 기쁩니다. 시작할 때 잘 될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좋은 얘기를 듣기는 오랜만이네요."
MBC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을 끝낸 배우 이서진(45)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그가 2014년 KBS 2TV '참 좋은 시절' 이후 선택한 작품이었지만, 처음에는 제작진의 캐스팅 제의를 거절하기도 했다.
"처음 대본 받았을 때는 너무 전형적인 러브스토리였죠. 대본보단 너무 착한 제 캐릭터에 불만이 있었어요. 착한 사람의 이야기 결말도 뻔할 것 같았죠. 김진민 PD와 정유경 작가에게 의견을 전했고, 3일 만에 대본을 수정했어요. 너무 감동해서 앞으로는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안 하겠다면서 출연하기로 했습니다."
이서진이 '결혼계약'에서 연기한 한지훈은 모든 일에 냉정하지만, 강혜수(유이)를 만난 후 사랑과 삶의 의미를 깨닫는 인물이다. 뇌종양으로 생명이 꺼져가는 강혜수와 그를 지켜보는 한지훈의 관계는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한지훈처럼 사랑하는 건 힘들 거예요. 연기를 하다 보니 사랑에 대해 열정이 가득했던 시기도 떠올랐죠. 이제는 그런 사랑은 힘들지 않을까요? 그래서 드라마에서라도 실컷 했죠. 여운이 긴 작품이었지만, 유이의 열애 소식에 확 정리된 듯해요. 하하."
'결혼계약'이 끝난 후 유이(28)가 이상윤(35)과 열애 중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이서진은 유이와 관련해 "촬영할 때 열애 사실을 몰랐다"면서도 "성격이 밝아서 작품을 하는 동안 잘 버텨준 것 같다"고 칭찬했다.
유이는 이 작품에서 배우로서 한층 성숙한 연기를 선보였다. 시한부 인생이지만, 그 속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감정선을 잘 따라갔다. 이서진의 내래이션으로 끝나는 결말에서 제작진은 엔딩의 몫을 시청자에게 돌렸다.
"마지막회 대본이 나오기 전에 김 PD와 '결말은 아름답고 미소 지을 수 있지만, 눈물도 흘렸으면 한다'라는 말을 했어요. 정 작가한테도 '기적이 일어나서 강혜수가 살아난다면 이 작품은 안 한다'고 했었죠. 하하. 결국 그 정도의 결말이 좋았던 거 같아요."
1999년 SBS '파도뒤의 집'으로 데뷔한 이서진은 MBC '다모' '불새' '이산' 등 시청자의 기억 속에 남을 만한 작품들을 해왔다. 17년 동안 한결같이 활동했다. 그는 좋은 작품과 연출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고 했다.
"늦게 활동을 한 것에 비해 운이 좋았죠. 잘된 작품이 다른 배우들보단 많았던 것 같네요. 배우의 연기를 끌어내는 연출자들을 만났죠. '결혼계약'의 김진민 PD와 작업할 때도 계속되는 주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연기에 생각을 많이 한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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