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평균 연령은 70세, 평균 연기 경력은 무려 50년이다. 지상파 방송사 연기대상을 섭렵하면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던 배우 고현정도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 오면 귀여운 막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국민엄마’ 고두심, 김혜자, 나문희, 박원숙, 윤여정, 김영옥에 주현, 신구까지. 그야말로 화려한 시니어 군단을 완성시킨 ‘디어 마이 프렌즈’는 ‘연기는 이런 것’이라고 제대로 보여주며 안방극장을 단번에 제압했다.
13일 첫 방송된 ‘디어 마이 프렌즈’는 37세 개딸 박완(고현정 분)을 중심으로 그의 엄마 난희(고두심 분)와 그의 친구들인 희자(김혜자 분), 정아(나문희 분), 충남(윤여정 분),영원(박원숙 분),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남자 석균(신구 분)과 성재(주현 분)가 벌이는 이야기들을 다루는 드라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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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방송에서는 각 인물들의 인물소개에 집중해 보여주었다. 김혜자가 연기한 희자는 남편의 장례식 날 자녀들에게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먼저 돌아가셨어야 하는데, 이제 암 것도 모르는 울 어머니 혼자 어찌 살으실까…”라는 소리를 듣고 충격을 먹게 됐다. 물론 그 이후 서로 자신이 어머니를 모시겠다고 아웅다웅 거렸지만, 살라는 것인지 죽으라는 것인지 알쏭달쏭한 말을 듣게 된 희자는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안전벨트 하나 자신의 힘으로 하기 힘들어 하는 희자에게 세상은 너무나 거칠기만 하다. 이 같은 희자의 모습은 김혜자 특유의 소녀 같은 해맑음으로 소화해 나갔다. 공주 같은 희자의 입에서 나온 어색한 육두문자는 도리어 그의 캐릭터를 살리는 역할을 하며 웃음을 선사했다.
나문희는 딸들의 집안일을 대신 해주고 받은 돈으로 어머니의 요양원 비용을 감당하는 야무진 정아로 분했다. 하루하루 피곤한 삶을 살아가는 정아에게 있어 믿고 살아가는 것은 바로 남편 석균(신구 분)과의 세계여행이었다. 하지만 석균은 반찬 3개마저 많다고 야단을 하는 짠돌이 중에 짠돌이며, 이른바 젊은이들이 싫어하는 ‘꼰대의 정석’이었다. 가부장적인 석균의 태도에도 세계여행만을 바라보며 꾹 참는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명랑한 소녀를 떠올리게 했다.
홀로 완을 키운 난희는 억세고 털털한 아줌마였다. 완과 투덜거리면서 싸우다가도, 완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모습은 진짜 우리네 엄마와 같아보였다. 난희의 유일한 취미는 콜라텍 가기. 하지만 자신을 보기 위해 오는 남자들을 거절하는 쿨함까지 있다. 자신의 앙숙 영원(박원숙 분)과 아웅다웅 하는 모습은 웃음과 짠함을 동시에 주기도 했다. 영원을 연기하는 박원숙은 시원시원하고 유머있고 속 깊고 정 많은 중년 여성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전작이었던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에서 보여줬던 코믹한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윤여정은 꼬장꼬장한 노처녀 충남으로 변신했다. 자신은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꼰대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충남은 꼬장꼬장한 동문보다는 젊은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더 좋아하는 인물이다. 독설하면 어디 가서 지지 않는 석균을 향해 강한 일침을 날릴 정도로 자기 주장 강한 충남의 모습은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하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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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프렌즈’의 막내인 고현정은 주인공이자 극의 화자로서 중심을 잡는 데 한 몫 했다. 선배 배우들 사이 주눅들 수도 있었지만, 고현정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으며, 고두심과의 모녀 연기 호흡은 가히 최고였다. 고현정이 연기하는 노처녀 박완의 모습은 너무나 평범해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의 공감대를 높이는데 일조 했다.
막강한 배우들로 구성된 만큼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연기구멍’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심지어 특별출연으로 출연한 이들마저 연기력으로 완벽했다. 희자의 막내아들 민호로 등장한 이광수는 욱하는 성미 때문에 소리먼저 지르지만, 사실 누구보다 마음 따뜻한 아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인상을 남겼다. 다니엘헤니의 경우 짧지만 상반신을 탈의하고 운동하는 모습으로 눈도장을 찍는데 성공했으며, 성동일은 ‘예의없는 젊은 예술가’로서 시선몰이에 성공했다.
특별출연의 ‘끝판왕’은 조인성이었다. 완의 연하 남자친구 서연하를 연기한 조인성은 ‘꿀 떨어지는 눈빛’과 사람 애간장을 녹이는 화면 구성으로 완 뿐 아니라 뭇 여성시청자들의 마음까지 흔들었다. 조인성이 특별출연이라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로 고현정과 놀라운 케미와 연하남의 매력을 발산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나갔다.
주연은 물론이고 조연, 단역, 특별출연하는 배우들까지, 연기력 논란 없는 이들로 채운 ‘디어 마이 프렌즈’는 실생활에서 봄 직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생동감을 더했다. 덕분에 전세대가 함께 공감하고 고민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했던 노희경 작가의 의도가 더욱 빛날 수 있었다.
한편 ‘디어 마이 프렌즈’는 매주 금 토요일 오후 8시30분 방송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