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제 아무리 화려한 외형을 가지고 있더라도 내면의 세계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법. 형형색색 조화를 이룬 나무들 사이에 숨어 있는 영화 ‘산이 울다’ 속 산골마을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지만 그 이면에는 폐쇄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다. 이 공간에서 핀 남녀의 사랑은 결국 ‘희생’으로 귀결된다.
‘산이 울다’는 여류작가 거쉬핑(Ge Shui-ping)의 2005년 노신문학상 수상작인 동명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폐쇄적인 산골마을 우연한 사고로 남편을 잃은 청각장애인 홍시아와 그녀를 보살피도록 명받은 한총,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마을 사람들의 비밀을 그린다.
1984년 중국의 시대적 배경을 맞물려 그려낸 ‘산이 울다’는 주인공의 악몽 같은 과거와 주민의 죽음조차 숨길 수 있는 산속마을을 폐쇄적인 공간으로 강조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산속마을은 더욱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드러나며, 한총과 홍시아의 비밀스럽고 꼭 지켜야만 하는 사랑과 두 남녀를 갈라놓고자 하는 사람들의 행동 속에서는 사회구조적 폐쇄성과 인간의 다양한 내면의 심리를 담아냈다.
특히 폐쇄적인 공간에서 형성된 지역공동체의 이기적인 속성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과거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보여주는 아동 인신매매와 그로 인한 상처는 어둡고 답답한 이야기와 상반되는 아름다운 풍경에 담아 비판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남녀의 이야기를 사실적이고 진정성 있게 그리는 데에는 각각 한총과 홍시아 역을 맡은 왕쯔이와 량예팅의 호연도 한 몫 차지한다. 왕쯔이는 사고의 책임을 기피하다 홍시아를 통해 사랑에 대한 가치와 깨달음을 알아가며 서서히 성장하는 캐릭터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량예팅 역시 언어장애인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몰입을 높인다. 특히 그는 어린 시절의 충격으로 언어를 잃은 과거로 괴로워하거나 절절한 심정을 말없이 감정과 표정 연기만으로 폭 넓게 표현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탄탄한 연출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가 돋보이는 ‘산이 울다’는 지루하고 따분할 것이라는 중국영화의 선입견을 과감히 파괴한다. 비판의 메시지는 물론 순수한 남녀의 사랑과 은근히 던지는 유머가 적절히 완급조절을 하며, 아름다운 영상미가 빈틈을 채워준다. 오는 2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