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없을 수 없습니다>
"다른 종교 모르니 여기저기 찾아다닐 수밖에"
"청소년 관객들 환호, 행복"
"박찬욱-김성수 감독, 배우 김윤석에게 조언받아"
"'곡성', 관객에게 위로를 건네는 지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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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곡성'의 갑론을박은 끝이 없다. '엄청나고 대단한 천재적 감독의 탁월한 영화' 대 '온몸에 힘이 빠지고 기분 나쁜 영화'의 대결이다. 종교적 해석까지 더하면 머리는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나홍진(42) 감독은 관객의 취향을 존중한다. 수백만 명이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종교적인 무언가까지 끄집어낸 영화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할 수밖에 없어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했다.
기독교를 믿는 나 감독은 "다양한 종교를 가진 관객을 모셔놓고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가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었다"며 "다른 종교를 모르니 여기저기 찾아다녔다. 다행히 수천 년을 이어온 종교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고 회상했다.
"'성경을 믿으면서 왜 다른 신을 찾아다녔느냐?'고 내게 묻는데 당연히 그 과정을 거쳐야만 관객에게 뭔가를 말할 위치와 자격이 된다고 생각했다. 기존에 내가 가진 생각을 내려놓고 최대한 마음을 열어 바라보고, 믿고자 노력했다. 그렇지 않고서 다양한 관객을 극장에 모실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영화가 지닌 여러 가지 점은 선을 이루고 있고, 또 특정한 곳을 향하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인간이다. 내가 항상 기형적이고 왜곡된 인간을 그려낸다고 하는데, 나는 영화 속 그들을 통해 현실의 우리는 올바른 인간을 지향해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다."
나 감독은 이번에 '곡성' 무대 인사를 돌아다니며 어린 친구들을 보고 신선함을 느꼈다. '추격자' '황해' 모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었으니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게 처음이다. 그들을 보고 나 감독은 이들 또래였을 때 자신은 어떤 영화를 봤는지, 무엇을 했는지 이런저런 생각을 했단다. 특히 "학생들이 엄청나게 환호해주는 걸 보고 '이 학생들도 고려해 영화를 만들어야겠구나', '이런 무대 인사에 자주 오고 싶다'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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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감독은 관객의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 노림수였다. 예지력이 있는 것 아니야고 하니 웃는다. 단편영화를 하면서 체득한 관객 반응 등 철저한 경험과 데이터가 반영됐다. '황해' 개봉 이후 영화관을 찾았는데 크리스마스에 연인들이 기겁하는 모습을 보고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맞췄고, '곡성' 작업 중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 중 사람들이 '나는 정말 좋은데 관객 반응은 모르겠다'고 하는 말에 강한 확신을 느꼈다. 자신감의 발로다.
물론 나 감독은 "개봉 전 좋은 말들이 많이 나와 솔직히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칸국제영화제와 관객들의 반응에 감사할 따름이다. 또 배우와 스태프 등 많은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도 모자라 했다. 아울러 박찬욱-김성수 감독, 배우 김윤석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김성수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스승이고, 박찬욱 감독은 거친 현장의 영화적 스승이다. 특히 나 감독은 "박찬욱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읽고 4시간을 조언해줬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박 감독과의 일화를 공개했다.
"좀비 박춘배에 대해 박찬욱 감독님이 '이건 왜 넣었냐'고 하더라. 할 말이 없었는데 '나라면 뺀다'고 하시더라. 재미있게 하려고 한 건데 그렇게 말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렇지만 난 박춘배를 사랑하기에 놔뒀다. 빼버렸으면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그래도 반응이 괜찮으니 기분이 나쁘지 않다."
물론 이 지점은 편집 때도 나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영화를 본 이들이 하나같이 한마디씩 했다. "'박 감독님의 말씀을 들었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 들어서 이런 말을 계속 듣는 것 같았다. 스태프와 배우들 모두 고생해서 찍은 장면인데 말이지. 그래도 이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고, 나도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꼭 있어야 한다고 고집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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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김윤석 배우는 절대적으로, 영화적으로도 믿는 선생님 같은 존재"라며 "데뷔작에서 김윤석이라는 배우를 만난 게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표현해도 되나 모르겠지만 존경하는 분"이라 추어올렸다. 하지만 그는 "'곡성'의 종구는 곽도원일 수밖에 없었다"며 "김윤석 배우와는 이미지가 맞지 않았다"고 선을 그으며 미소 지었다.
상처를 달래고 어떤 위로를 받기 위해 영화를 보는 이도 있는데 '곡성'은 위로의 지점은 없는 듯하다. 나 감독은 어떤 말을 건넬까?
"종구(곽도원)까지 떠나보냈다. 아마 남은 분들이 '그는 좋은 아빠였다'는 것을 말해 줄 것이다. 최선을 다한 걸 400만 이상의 관객이 봤다. 그가 좋은 아빠이자 가장이었다는 걸.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했다. 그저 인간이라서 당한 것뿐이다. 그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 감독은 다음 영화 작업에 대해서는 "늦어지지 않게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아마 다음 작품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해피엔딩은 아닐 것 같다. '곡성'도 해피엔딩을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곡성'은 그의 주변 사람 중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이를 떠올리며 시작한 영화기에 일반적으로는 해피엔딩도 고려해
나 감독은 "(해피엔딩은)일단 관객의 만족감을 키우기 위한 선택의 카드는 아니었다. 비극으로 풀면서 전달하는 바가 더 효과적이고, 그것이 관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는 쪽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