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웨딩 트렌드 어때요?”
셀프웨딩은 여전한 트렌드이며 대세다. 또 한 번 이효리의 결혼식을 거론하자니 이젠 살짝 지겨운 감도 있다. 이효리의 결혼식은 아직까지도 회자될 만큼 결혼식 문화의 판도를 뒤흔든 센세이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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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지리산 종주로 대신한 정인, 조정치 부부도 그렇다. 그들은 드레스를 입고 하객 앞에 사랑을 맹세하는 간지러운(?) 의식보다는 둘만의 의미있는 활동을 하자고 다짐했다. 그들은 결혼식 당일, 지리산을 종주하며 부부의 연을 맺었다. 하객은 초대하지 않았다.
이 세 커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결혼식 자체보다 ‘결혼’이라는 두 사람의 결합에 의미를 뒀다. 철저히‘ 신랑, 신부’ 중심으로 의미를 집중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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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나 메이크업도 당일 하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아이템을 고르는 것은 설사 본인의 취향이라 할지라도 지양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문화권에서 결혼식이란 집안과 집안의 결합으로 양가 집안이 모여 축하를 받기 위해 하객을 초대해 잔치를 벌이는 개념이 더 크다. 따라서 ‘나눔’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예(禮)로써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항상 한국 결혼식에서는 간과할 수 없는 ‘타인의 시선’이 따라다닌다.
‘타인의 시선’은 물론, 아무 연고도 없는 ‘대중들의 시선’까지 견뎌야 하는 스타들의 경우 결혼식은 정말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더욱 더 주객이 전도되기 십상이다. 결국 셀프웨딩이 생겨난 콘셉트와 시점들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여러가지 불편함에서 벗어난 ‘내가 오롯이 주인공인 예식’을 위해 탄생한 것이 셀프웨딩이다.
즉, 스타들에게 셀프웨딩이란, 정말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우면서 신랑, 신부에게 포커스가 맞춰진 이색적인 결혼식인 것.
그렇다면, 기존의 스타웨딩보다 최근의 셀프웨딩을 콘셉트로 한 스타웨딩이 왜 더 특별해 보이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스타 웨딩이 실현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여태껏 스타웨딩은 일반 대중들은 범접하기 어려운 초호화 호텔예식이 주를 이뤘다. 대중들은 스타웨딩을 동경하면서도, 나에겐 불가능한 결혼식이라는 괴리감을 동시에 느꼈다.
그러나 최근 스타웨딩은 조금 다르다. 웨딩사진도 고급스러운 화보 같은 느낌보다는 장난기 많은 일상모습이나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오히려 친근함을 준다. 다른 세계라고 생각했던 스타웨딩이 동경에 그치지 않고 이제 실현 가능해진 것이다.
게다가 ‘셀프로 준비하면서 남들과는 다른 특별함’을 느낄 수 있다. 이효리 웨딩이라고 전부 이효리와 똑같은 옷과 소품을 준비하는 것도 아니다. ‘셀프’ ‘심플’이라는 콘셉트만 모티브를 따와서 신랑, 신부 둘만의 추억의 소품과 장소를 골라 준비할 수 있어 콘셉트는 참고하되, 둘만 갖는 특별함은 배가 된다. 또한, 스스로가 원하는 소품도 직접 준비하고 스타일링하면서 느끼는 과정 자체에 행복함을 느끼고 이색적인 추억으로 여기는 것이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것이다.
동경하던 스타웨딩에 대한 모방욕구와 나만의 특별한 결혼준비 두 가지를 고루 충족시키는 베스트 아이템, 이것이 최근 스타웨딩의 인기 비결이다.
의미가 변질된 셀프웨딩도 있다. ‘self’라는 단어의 뜻으로 짐작해보면 ‘스스로 준비하기에 저렴, 합리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셀프로 준비하는 웨딩은 그만큼 나의 니즈를 뚜렷이 반영하여 내가 좀 더 가치를 두는 것에 경중을 두고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셀프’라는 표면적 의미에 맞춰 모든 것을 스스로 준비해야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치를 두는 준비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 셀프웨딩의 진짜 의미다.
스타들이 웨딩을 소규모, 셀프로 즐기게 된 까닭을 생각해보면 정답이 나온다. 몇몇 사람들의 잘못 생각하는 ‘셀프=저렴’이라는 이유로 스타들이 셀프웨딩을 하는 것은 전혀 아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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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관점에서 ‘셀프웨딩’은 내가 가치를 두고자 하는 곳에 의미를 집중하는 것이라 생각하므로 결혼 비용 전액을 소아병동에 기부하겠다는 구혜선-안재환 커플의 결혼도‘셀프웨딩’이고, 일반적인 예식도 셀프웨딩이다
이미 셀프웨딩의 대명사인 화관을 쓰고, 갈대숲을 거닐며 촬영하는 것. 그것 역시 의미를 두는 누군가에겐 셀프웨딩이겠지만.
웨딩 칼럼니스트 조채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