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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가 ~라고 하더라." 정확한 근거가 부족한 소문을 사실처럼 전달하는 '카더라 통신'이 애꿎은 연예인을 잡을 뻔했다.
이봉규 시사평론가는 지난달 29일 방송된 TV조선 '강적들에서'에서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박유천과 관련해 "나도 과거 룸살롱을 가봤지만, 절대 혼자갈 리가 없다. 사건 당시 박유천 외에 한류스타 B, C가 동석했다"고 말했다.
찌라시(증권가 정보)를 통해 나돌던 소문은 이 평론가의 말을 거쳐 방송 전파를 타 사실처럼 번져갔다. 이니셜로 언급되긴 했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당사자가 배우 송중기와 박보검이라고 단정 지었다.
이와 관련해 송중기와 박보검 소속사 측은 "송중기 박보검과 관련한 루머는 사실 무근이다"며 "방송에서도 루머가 사실인 것처럼 나와 최초 유포자에 대해 강경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송중기와 박보검의 팬들은 이후 이들의 당시 일정 등을 거론하면서 이 평론가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배우들을 대신해 해명에 나섰다.
이 평론가는 6일 같은 방송에서 "경찰에 따르면 다른 연예인 동석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소인, 참고인 진술에서도 다른 연예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오해를 일으킨 점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마치 자신만이 알고 있는 일급 비밀처럼 내뱉었던 그의 말이 엉뚱한 이를 궁지로 몰아넣을 수도 있었지만, 간단한 사과 한마디가 전부였다.
이 평론가가 박유천 사건을 언급하면서 실명이 아닌 이니셜을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그의 잘못은 명백했다. '한류스타들이 동석했다'는 사실 자체가 틀린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지인들에게 들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방송에 그대로 옮긴 것은 연예인과 관련한 정보를 취급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이 평론가가 정치, 경제 등 다른 분야의 비슷한 사안에 대해서도 이처럼 사실 확인 없이 말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출연해 대화를 나누는 시사 토크쇼는 사안을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 시청자들은 '전문가'라고 불리는 이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을 지닌 것으로 인식해서다.
시사 토크쇼에서의 '카더라 통신'은 그래서 더욱 위험하다. 사실이 아닌 얘기들이 한순간에 사실이 돼버리고, 연예인에게는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얻은 정보라도 그 분야를 세세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몇 번의 확인 작업을 거처야 하는 의무가 전문가들에게 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의 발달로 대중은 연예인 관련 찌라시 등을 쉽게 접한다. 방송에서의 '카더라 통신'은 왜곡된 정보에 불을 붙일 수 있다. 그 대상이 번번이 연예인이 되는 것은 이들을 재물 삼아 흥미를 돋우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방송에서의 '카더라 통신'은 지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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