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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부끄러운 부산영화제 탄압'이라는 기사를 쓰면서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고 있는 스웨덴 출신 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와의 인연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가 다시 한국을 찾으면 부산영화제(BIFF) 사태를 물어볼 걸 다짐했다.
비칸데르는 지난주 영화 '제이슨 본'을 들고 '영원한 본 형님' 맷 데이먼과 함께 내한했다. 하지만 BIFF 관련해서는 묻지 못했다. 한국에 왔던 기억을 아름답게, 또 또렷하게 간직하고 있는 그에게 BIFF의 '흑역사'를 전하는 건 부끄러운 일에 다름없다고 생각하니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
과거 그를 인터뷰하며 동양의 낯선 나라에도 이렇게 대단한 영화제가 존재할 수 있느냐는 감탄 어린 시선에 어깨가 으쓱했던 기억이 있었기에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싶지 않기도 했다.
6년 전 영화 '퓨어'로 스크린 데뷔한 그가 어떤 노력의 비결이 있었길래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고 있는지, 본인이 참여한 액션신이 많지 않아 아쉬움은 없었는지 등으로 질문을 바꾼 이유다. '본' 시리즈의 신작 '제이슨 본'을 들고 맷 데이먼과 함께한 자리였기에 잘못한 판단은 아닌 것 같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난 6년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까지 따낸 영화 '대니쉬걸'과 '안나 카레니나' '나쁜 녀석들' '엑스 마키나' '더 셰프' 등에 출연하며 엄청나게 바쁘게 보낸 그였기 때문인지 BIFF 사태와 관련한 별다른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생각한 영화제의 판타지를 실현해 준 곳이 부산국제영화제"라며 "음식도 맛있었고, 노래방에서 노래도 즐겁게 한 기억이 있다. 바다가 예뻤고, 섬들도 기억이 난다.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가보고 싶다"며 BIFF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이렇듯 누군가에게 BIFF는 멋진 추억과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물론 BIFF를 이리저리 휘둘리는 조그만 영화제로 격하시켜 생각한 누구도 있다. 대단하지도 않은 영화를 정부 비판이라는 이유로 막으려고 했던, 과거 독재시대 마인드를 지닌 어떤 이의 생각 탓 20년 역사의 영화제는 침몰 위기를 겪었다.
다행히 BIFF는 올해 예정대로 열릴 예정이다. 조직위원장이 바뀌고 문제점도 개선되고 있다. 아직 영화인단체들이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정관개정을 요구하며 보이콧 의사를 철회하고 있진 않지만 조금은 안도해도 될 듯싶다.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아직 최고 자리에 오르진 못했다. 힘들지만 열심히 일하며 한발 한발 딛고 있다고 한다. BIFF도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성장하긴 했어도 세계 최고가 되려면 멀었다. 한 사람으로 위기에 빠졌으나 이를 통해 조직 내에 문제가 있었음도 드러났다.
꿈과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이와 조직은 넘어지기도 하
비칸데르와는 나중에 다시 그가 부산에 오면 영화제와 관련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 당신이 아름답게 추억하고 있던 BIFF는 없어졌을 지도 모를 이상한 일이, 부끄러운 일이 있었다고. 안 물어보는 게 나으려나?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