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서 말렸어요. 더워 죽겠는데 이 계절, 이 날씨에 발라드가 뭐냐고 하더라고요.(웃음)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한가 싶었어요. 1년 365일 어떤 날은 웃기도 어떤 날은 울기도 하면서 살잖아요. 계절과 상관없이 사람들의 감성은 같은데, 계절 특수 같은 건 다 내려놓고 내놨습니다.”
2016년 여름의 초입, 모처럼만에 신곡 ‘취한 건 아니고’를 발매한 가수 영지는 어느 때보다 담담했다. 그의 말처럼 여름이라고 누구나 더위를 날릴 시원한 음악만을 선호하는 건 아니기에, 여름에도 사랑에 웃고 이별에 우는 게 우리네 일상이니 말이다.
‘취한 건 아니고’는 이별한 여성의 감정을 솔직하게 적어내린 가사가 일품이다.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슬픔, 그리움, 후회, 방황, 미련 등 복잡한 감정을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담아내 애틋함을 더한다.
영지로선 가수 인생 2막을 여는 의미있는 곡이지만 애석하게도 ‘취한 건 아니고’는 실시간 음원차트 100위권 안에 들진 못했다. 애써 찾아 듣지 않으면 발매됐는지조차 알 수 없는, 작금의 음원 시장 환경이 빚어낸 참극이랄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영지는 괘념치 않는다 했다.
라운지 클럽 운영을 통해 뒤늦게 SNS 문화를 접하며 갖게 된, 일종의 ‘감(感)’ 덕분이다.
“SNS에 ‘취한 건 아니고’ 해시태그를 하면 몇백 개나 검색이 되더라고요. 신기했죠. 몇 배 이상의 반응이 SNS에서 나오더라고요. 솔직히 예전엔 신곡 발표 후 순위에 들지 못하면 불안했고, 100위 안에 없으면 뭐하러 하나 싶었어요. 주식 시세 보듯 실시간 차트 오르내림을 검색하곤 했죠. 그런데 지금은 순위는 전혀 관심 없어요. 예전 같았으면 그저 내 노래 듣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으면, 그것 하나로 열심히 사는 거죠.”
그의 말마따나 ‘취한 건 아니고’는 은근히 대중을 파고들었다. 자기 자신 외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가장 사적인 감정의 영역, 외로움을 있는 그대로 서술하는 과정에서 청자에게 위로를 선사하고 있다는 평과 함께.
그렇게 영지는 어떤 ‘기획’으로도 불가능한, ‘감성’ 하나로 그 어려운 걸 해냈다.
“누구나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러다 혼자 있으면 사무치게 외로울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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