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랑 18세, 벌써 데뷔 9년차. 인생의 절반을 ‘배우’라는 타이틀로 살아왔다. 얼굴은 아직 소녀티를 못 벗었는데, 연기에 대해 말하는 모습은 누구보다 진지하고 프로답다.
2008년 드라마 ‘전설의 고향’으로 데뷔한 김소현은 수많은 작품을 거쳐 tvN 월화드라마 ‘싸우자 귀신아’의 김현지로 시청자들을 찾았다.
지난 달 대단원의 막을 내린 ‘싸우자 귀신아’는 귀신을 볼 줄 아는 대학생 퇴마사 박봉팔(옥택연 분)과 수능을 못 치른 한으로 귀신이 된 여고생 오지랖 귀신 김현지(김소현 분)가 만나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이었다.
김소현은 “폭염주의보 문자가 끊이지 않고 오던 여름에 무사히 촬영을 끝내서 다행이다. 이러다 죽겠구나 생각하기도 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힘들지 않았던 것 같다. 미니 선풍기를 내 몸처럼 가지고 다니면서 촬영했다”며 드라마를 떠나보낸 소감을 전했다.
# 해피엔딩이지만 슬펐던.
‘싸우자 귀신아’ 속 봉팔과 현지는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그들을 괴롭히던 주혜성(권율 분)은 본인의 죄를 인정했으며, 봉팔과 현지는 같은 대학에 다니며 선후배로 새로운 인연을 이어나갔다.
“봉팔이와 현지가 사람으로서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결말은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귀신일 때의 현지의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 건 너무 아쉬워요. 너무 예뻤고, 아름다웠던 추억을 현지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너무 슬펐어요. 그래도 두 사람이 새로운 추억을 다시 만들어 가면 되니까.”
‘싸우자 귀신아’ 속 귀신 현지는 다른 귀신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아무 생각이 없고 무섭기만 하고 분노에 차있는 귀신이 아니다. 자신이 왜 귀신이 됐는지 밝히고자 하는 ‘탐구형 귀신’이었다. 거기에 ‘여고생’이라는 특성상 깜찍 발랄하기까지 하다.
“참고할 만한 귀신이 없었어요. 어정쩡하게 누군가가 연기한 귀신을 따라 하기보다는 편하게 사람이라고 생각하자고 마음 먹었어요. 19세 여고생이라고 생각하고 연기 했어요. 물론 귀신이란 포인트를 잊으면 안되니까. 포인트 장치를 중간중간 삽입했죠. 지금 생각해보니 오히려 편하게 연기한 것 같네요.(웃음)”
김소현은 다른 아역 출신 배우들보다 유독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29편의 드라마, 6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특별히 장르를 따지거나 한 쪽에 치우치지 않았다. 드라마도 장편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단편 드라마, 웹 드라마도 섭렵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그저 “욕심이 많아서”라고 답한다. 그 말투는 겸손했다.
“좋은 작품이 있으면 지나치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좋은 작품이 왔을 땐 꼭 출연하고 있어요. 많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잖아요. 다작을 하려고 한 건 아니고, 다양한 것을 많이 해보려고 하다보니 다작을 하게 됐네요.”
김소현은 입체적인 캐릭터를 좋아한다. 배우들이라면 어려워 쉽게 도전하지 않는 1인 2역 작품도 여러번 시도했다. 시각 장애인에 귀신까지. 왜일까.
“여러 색깔은 가진 배우가 되고 싶어서”라고 설명한 김소현은 기회가 된다면 영화, 연극, 뮤지컬로 발을 넓히고 싶다고 밝혔다.
“전 제가 신인이라고 생각해요. 기회가 돼서 좋은 작품이 들어온다면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연기는 관둘 게 아니라 오래 할거니까. 때가 되고 준비가 돼서 다 갖춰졌을 때 연극, 뮤지컬도 해보고 싶어요.”
# 나이에 맞는 연기 하고파.
김소현은 정규 고등학교 과정을 밟지 않고 홈스쿨링 중이다. 친구들의 학업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는 게 그 이유. 이제는 대학 진학에 대해 고민 중이다. 작품 활동에만 집중할 것인지, 대학 교육을 받으며 새로운 부분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직은 결정된 게 없어요. 일단 검정고시를 보고 생각해보려고 해요. 주위에서는 대학생활이 어떤 것인지,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어떤 것인지 경험 해보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요. 현장에서 이미 많이 배웠으니 꼭 갈 필요는 없다고 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내년 쯤 검정고시를 본 뒤 다시 생각해보려고요.”
‘예쁘다는 말은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것’이라는 김소현은 “저도 언제까지 계속 예쁘다는 말을 듣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연기를 잘한다. 늘었다는 말이 훨씬 기분 좋고 뿌듯하다”고 말한다. 철저한 배우 마인드다.
“자연스럽게 늙어갔으면 좋겠어요. 늙어감을 받아들여야죠. 보여지는 직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관리를 해야겠지만요. 나이가 들었을 때 나오는 깊이감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 나이에 맞는 연기를 놓치지 않고 해나가자는 목표가 있어요.”
아직 열여덟, 배우 김소현의 도전은 ‘뜨거운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