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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권력을 설계하고 기획하며 세상 위에 군림하는 인물, 자신을 ‘왕’이라고 믿는 한강식(정우성)은 이렇게 말한다. “자존심은 잠깐이야. 크게 봐야 돼, 넓게 보고.” 겉으로는 우아하고 근엄해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찌질하고 우스운 그에게 감독은 답한다. “착각하지마. 더러운 감투는 잠깐이야. 진짜 왕은 따로 있어. 네가 하찮게 보는 그들, 바로 국민.”
2017년을 여는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더 킹’이 지난 1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압축적으로 담아내면서 그 안에 존재해온 권력가들의 민낯을 들춰낸다. 약자가 아닌 기득권의 시각에서 사회의 부조리함을 꼬집으며 ‘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풀어나간다.
한 마디로 한 편의 ‘웃픈’ 블랙코미디다. '진짜 왕'에게 올리는 직언이자 '가짜 왕'에게 보내는 경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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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화려하고 우아하고 근엄해 보이지만 이 핵심 권력층들을 깊게 들여다보니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우습기도 하고 냉소적이며 음울하고 때로는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감독은 그들만의 또 다른 세계를 적날하고 또 집요하게 그려낸다. 화려하면서도 담담하고 복잡한 듯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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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잘못된 선택, 절제 없는 야망으로 비참한 상황에 처한다. 어제의 동지는 하루 아침에 버림 당하고 또 다른 형제는 죽어 나간다. 사방에서 비극적인 뉴스가 터져나오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커피향을 음미하며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낸다. 이 역시 지금 어딘가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을 일일테다.
다행히 여기서 끝은 아니다. 영화는 스스로 불행을 자초했지만, 역시나 스스로 다시 일어나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주인공을 통해 희망을 말한다. 비극을 자초했지만, 다시 바꿀 수 있는 것 또한 우리 자신임을 끊임없이 자각시킨다.
주인공이 처한 위기도, 현재 절망스러운 우리의 현실도 결국은 피할 수 없는 엎질러진 물이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뼛속까지 아프고 치열하게 털어내는 수밖에 없다. 일단 걸리면 끝까지 앓은 뒤에야 떨어지는 지긋지긋한 감기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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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은 좀 길다. 예상했던 재미나 화려함과도 거리가 있다. 대신 생각지 못한 울림이 있다. 기대 이상의 날카로움과 진지한 메시지가 있다. 무엇보다 색다른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오는 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4분.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