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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잊혀졌던 하지만 여전한 존재감을 발산해 온 이름. 가수 출신 방송인 신정환(43)이 긴 제자리걸음을 끝내고 전진을 위해 발을 내딛는다.
27일 방송가를 들썩이게 한 이슈는 단연 신정환의 코엔스타즈 전속계약 소식이었다. 해외 원정 불법도박 논란 및 이후 해명 과정에서 대중을 기만한 괘씸죄가 추가돼 기약 없는 자숙의 시간을 보내온 그가 7년 만에 방송가로의 컴백을 선언한 것이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신정환은 불미스러운 일로 대중의 질타를 받았고 또 이를 무마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들께 실망감을 안겨드린 바 있습니다. 코엔스타즈는 오래 전부터 다수의 프로그램을 통해 신정환과 오랜 친분을 가지고 있었으며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그의 성장을 지켜봐 왔습니다. 그리고 대중과 떨어져 지내던 7년의 시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 단단해진 신정환의 모습을 보며 또 한 번의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그의 진정성과 예능인으로서의 가치를 믿기에 오랜 시간에 걸쳐 신정환을 설득했고 전속 계약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코엔스타즈가 각 언론사에 배포한 신정환과의 전속계약 체결 관련 보도자료는 여느 때와 달리 신중하고, 또 진솔했다. 공식 보도자료에 사용된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에는 조심스러움이 가득했다.
코엔스타즈가 신정환에 러브콜을 보낸 배경에는 물론 ‘악마의 재능’이라 불리는 그의 예능감과 끼가 담보돼 있지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그것도 대중을 상대로 한 거짓 해명이 들통남으로써 도덕적 흠결까지 갖게 된 만큼 소속사로서도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터다.
하지만 코엔스타즈는 긴 자숙기간을 통해 신정환의 달라진 면모, 특히 ‘진정성’을 강조했다. 스튜디오 카메라 앞 유쾌하고 밝은, 혹은 짓궂거나 개구진 모습만 접하는 대중이 볼 수 없는 지점에 숨겨진 신정환의 진심을 말이다.
신정환이 직접 써내려간 편지에서도 그의 진심은 충분히 느껴진다. “7년 전, 저의 행동은 지금도 후회가 많습니다. 제가 가진 재능 이상의 사랑을 받았고 사람들의 기대와 응원 속에 있었기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 잘못을 돌이키기 보다는 제가 가진 것들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습니다”는 발언에는 잘못된 선택에 대한 치열한 자기반성이 담겨 있다.
처절한 외면 속에서도 컴백을 결심하기까지의 마음도 “혼자 다독이고 후회하고 반성하며 지내온 7년의 시간 속에서 가장 크게 느꼈던 건 여러분께 받았던 사랑이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하고 값진 것이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정말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는 솔직한 표현으로 담아냈다.
스스로 무너뜨린 대중과의 신뢰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차근차근 쌓아가고자 하는 뜻을 밝혔다. 그는 “아직도 저에게 많은 실망감을 느끼고 계신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보려 합니다. 제가 스스로 씌운 불신이라는 덫과 날카로운 조언들을 인생의 교훈으로 삼아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정진하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저에게 아낌없이 베풀어주셨던 많은 사랑과 응원에 미치기에는 한없이 부족하겠지만 조금씩 갚아나가며 주변에 긍정적인 기운을 나눠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매순간 노력하겠습니다”고 적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정환의 복귀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분분하다. “그 정도 자숙 했으면 됐다” “신정환을 예능에서 다시 보고 싶다”는 호의적인 의견이 있는 반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으니 아예 복귀 생각을 접었으면 한다” “대중을 속여놓고 뻔뻔하게 다시 나오느냐”는 비아냥도 적지 않다.
물론 이같은 반응은 예상된 바다. 불과 얼마 전에도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송출된 ‘임재욱TV’를 통해 신정환의 근황이 소개될 뻔 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코엔스타즈 안인배 대표 또한 “신정환을 둘러싼 모든 이슈들은 그가 방송활동과 함께 차근차근히 풀어갈 짐이고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활동 재개를 선언했지만 실질적인 복귀 시점이 언제가 될 지도 장담할 순 없다. 아직은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는 단계겠으나, 칼자루를 쥔 자는 신정환이 아닌 결국 방송사이기 때문이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복귀작은 역시나 ‘친정’, MBC ‘라디오스타’다.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공교롭게도 과거 신정환이 앉던 자리에서 6년간 활약해
대중의 반응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방송사 입장에서, 과연 ‘신정환 카드’라는 모험을 감행할 첫 타자는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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