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김영구 기자 |
유튜브에서 보던 영상 속 소품들이 여기 저기 진열된 이곳은 허팝(본명 허재원·29)이 이색실험을 하는 ‘괴짜 연구소’다.
허팝은 최근 뽀로로를 제치고 이른바 ‘초통령’(초등학생 대통령)으로 등극했다. 다소 엉뚱한 주제의 실험 영상으로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만약 따라한다면 어머니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을 만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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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팝’ 채널의 구독자는 현재 145만 명 가까이 된다. 대부분 초등학생, 그리고 이들을 둔 부모들이다. 초등학생들은 이러한 영상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호기심은 있지만 쉽사리 따라하지 못하는 실험을 허팝이 대신해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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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는 수학올림피아드, 과학상자조립대회, 창작발명대회에서 상을 휩쓸 정도로 과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중학교 들어가면서부터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죠. 억압적인 교육 방식이 싫었어요. 전 자유를 갈망하는 녀석이었거든요. 하하”
어릴 적 과학에 흥미와 소질이 있었던 허팝은 자신의 뜻과는 반대로 인문계로 진학했다.
“뭐 어쩌다보니 문과 공부를 하게 됐는데, 관심이 없다보니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잠깐 방황을 하다가 그냥 세계여행을 하기로 마음먹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죠. 가장 중요한 건 돈이었어요. 돈을 벌기 위해 ‘쿠팡맨’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허팝이 처음부터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인기를 끌기 위해 영상을 제작한 건 아니다. 세계 여행을 하면서 사진 대신 영상을 찍기로 결심한 그는 영상 편집 과정을 익히기 위해 간단한 영상을 제작했다. 택배운전사 ‘쿠팡맨’ 일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들어와 영상을 찍었다.
↑ 사진=김영구 기자 |
“처음엔 사기인줄 알고 거절을 했는데, 알고 보니 진짜더라고요. 아버지, 어머니께는 CJ E&M 정직원이 됐다며 거짓말을 하고 본격적으로 크리에이터로 일을 시작했어요. 하하. 부모님께서 양복 사입고, 회식을 쏘라시며 거금 500만원을 주셨는데, 1주일도 채 안 돼 전부 썼어요. 모두 영상을 제작하는데 지출했죠.”
이후 허팝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영상 제작에 몰두했다. 초등학생 시절, 그렇게 하고 싶었던 과학실험을 말이다.
“길어봐야 2년 정도? 그냥 하고 싶은 거 후회 없이 다 하고 가자라는 생각에 크리에이터를 시작했죠. 사실 오래할 생각은 없었어요. 돈을 벌기 위해 했다기보다는 평생 간직할 만한 영상을 남기기 위해 제작했죠. 돈 욕심이 없었어요. 욕심을 버리니 재밌는 콘텐츠와 영상이 만들어지더라고요. 부모님께서 저에게 잠시 실망한 적도 있으셨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절 자랑스러워합니다.”
현재 허팝은 택배운전사 시절보다 ‘수십 배’ 더 많은 월급을 버는 1인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 사진=김영구 기자 |
허팝은 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 이야기와 같은 삶을 꿈꾼다. 그는 지금까지 스케이트보드, 자동차를 사랑한 마티 맥플라이였다면, 이제 괴짜 발명가 에메트 브라운 박사로 진화하고 있다.
허팝은 곧 연구소를 옮길 예정이다. 자신을 좋아해주는 아이들을 위해 내린 결정이다.
“내년에 이사할 계획이에요. 컨테이너 자체가 너무 영상을 만들기 위한 공간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딱딱하고 부자연스럽죠. 그래서 전원주택 같은 공간으로 옮겨 실험 영상을 찍으려 해요.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며 말이죠. 정신연령이 초등학생 친구들과 비슷해서 그런지, 아이들과 노는 게 너무 재밌어요. 아, 생각만 해도 설레는군요.”
허팝은 과학 공부를 더욱 많이 하겠다는 각오다. 이제 ‘허팝 연구소’가 좀 더 전문적으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을 만나 뵈면서 느낀 바가 컸어요. 내가 만든 영상이 어린 친구들에게 생각보다 큰 영향을 끼치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더 교육적이고, 위험하지 않은 영상을 제작하려고합니다. 한 번은 어머님이 절 알아보시고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아가셨어요. 그런데 가시면서 하는 말이 ‘영상 좀 그만 보라고 말 좀 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이젠 영상을 봐도 전혀 문제될 만한 게 없는, 교육적이고 자극적이지 않은 영상을 만들겠습니다.”
↑ 사진=김영구 기자 |
“사업적으로는 곧 ‘허팝 캐릭터’가 출시될 예정입니다. 약간의 힌트를 드리자면, 허팝이긴 하지만 제 모습이 아니에요. 사람이 아니란 이야기죠. 허팝이라는 브랜드를 좀 더 확장시킬 각오입니다. 나는 늙겠지만, 그 캐릭터는 영원하겠죠?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허팝, 허재원 그는 인터뷰 말미에 아주 재밌는 이야기를 남겼다.
“전 가끔 내가 늙어서 세상을 떠날 때를 상상해요. 아마 병원이겠죠? 저는 그때도 의사선생님 앞에서도 캠코더 들고 있을 겁니다. ‘재미있는 인생 살다가 갑니다. 허팝 파워!’라는 명언(?)을 남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