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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문희준이 보이콧까지 감행하며 자신에 대한 실망을 표현한 팬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사과 이후 그의 행보는 다소 묘하다.
문희준은 지난 20일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H.O.T 갤러리 일부로부터 지지 철회라는 포화를 맞았다. 이들은 ▲팬을 대하는 태도 ▲명백한 거짓말로 팬과 대중을 기만 ▲ 무성의한 콘서트 퀄리티 ▲멤버 비하와 재결합 관련 경솔한 언행 ▲불법적 굿즈 판매와 탈세 의혹 등 5가지 항목을 들어 문희준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했다.
논란이 불거진 지 4일 만인 지난 24일, 문희준은 소속사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사과문에서 그는 “사안이 사안인만큼 어떻게 해야 제 진심을 보일 수 있을까. 고심의 시간을 보냈다”면서도 “사건의 대소, 사실 관계를 떠나 팬 여러분들이 그렇게 느끼셨다면 그건 분명히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라고 밝혔다.
문희준은 “지난 20년 동안 활동하면서 제 나름으로는 팬여러분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자하였고, 잘해보려고 노력하였으나 연예인이기 전에 많은 배움이 필요하고 경험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한 명의 사람인지라 미숙하고 부족한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 지난 시간 자신을 되돌아보며 “시간을 주신다면 팬여러분들이 제 곁을 지켜주셨던 것처럼 이번에는 제가 여러분께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고심 끝에 ‘공식 사과’를 헀음에도 불구, 실익은 얻지 못한 분위기다. 무엇보다 보이콧 논란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문희준의 대처가 현명하지 못했다는 평이 여전히 높다.
실제로 문희준은 보이콧 논란에 휩싸인 뒤 매일 라디오(KBS 2FM ‘정재형 문희준의 즐거운 생활’) 진행에 나선 가운데서도 이에 대한 일체의 언급 없이 청취자와 일상적인 소통을 이어왔다. 또 (아마도 논란 전 녹화가 진행됐을) 채널A ‘아빠본색’에서도 초보 남편이자 아빠인 자신의 일상을 소개했다.
때문에 이후 기사화 된 문희준의 방송 상 발언들에 대해선 대체로 ‘불편하다’는 반응이 상당했다.
사과문 자체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팬들이 문희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이유를 다섯 가지 항목을 들어 일목요연하게 밝힌 반면, 문희준은 ‘사건의 대소, 사실 관계를 떠나’라는 다소 두루뭉수리한 표현을 씀으로써 팬들의 해명 요구를 사실상 보기 좋게 묵살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지점도 목격된다. 팬의 범주를 뛰어넘는 불특정 다수의 청취자들과 아빠로서, 또 남편으로서의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고 있는 라디오에서만큼은 기사 댓글에 넘쳐나는 부정적인 여론과는 정반대로 응원의 분위기가 절대적으로 강하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같은 응원은 현 시점 ‘가장’ 문희준을 움직이게 하는 힘의 원천일런지도 모르겠다.
물론 누군가 불러줄 때 달려가는 건 ‘생활형’ 방송인으로서의 지극히 당연한 자세고, 물 불 안 가리고 기저귀값과 분유값을 충당해야 하는 것은 외벌이 가장의 숙명이다.
또 문희준이 범법 행위를 저질러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도 아니고 엄연히 팬과의 관계에서의 잡음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논란에 휩싸였을 뿐인 만큼 현실의 업을 접어야 할 이유도 없다.
다만 자신이 처한 현 상황에 눈을 질끈 감아버릴 게 아닌 한은, 적어도 완급조절은 절실해 보인다.
방송이 그를 원하는, 정확히 말해 문희준이라는 상품을 소비하고자 하는 지점은 분명하다. 특히 ‘현역 걸그룹 멤버와 결혼한’ ‘갓 아빠가 된 원조 아이돌’은 특히나 TV 예능이 선호하는 좋은 아이템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문희준 스스로 중심을 잘 잡아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또 사과문에서 밝혔던 다짐처럼, 20년간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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