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립군’ 광해 역 여진구 |
“이번 작품에서는 많이 의지를 하게 됐다. 인물 해석 자체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인물로 생각 하다 보니 현장에서 선배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죄송했다. 선배들이 주면 나도 주고 표현해야하는데, 저는 마냥 받기만 한 것 같아 죄송하다. 그래도 항상 아껴주셔서 감사하고, 선배들 덕에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대립군’은 임진왜란 당시 파천(播遷)한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왕세자로 책봉돼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광해와 생계를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의 이야기를 그렸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광해에게 연민을 느꼈다. 왕세자가 된지 한 달 밖에 안됐는데 갑자기 분조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는데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해서든 아버지에게 예쁨 받으려 노력하고,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다. 그리고 계속 읽다보니 광해가 부러웠다. 주변을 돌아볼 줄 알고 한명 한명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구나라고 느꼈다. 그런 천성을 갖고 싶었고, 질투가 났다.”
여진구는 전란 속 조선을 이끈 왕 광해 역을 맡아 이전에 보였던 폭발적인 감정 표출과 반대되는 내면의 갈등과 섬세한 감정연기로 새로운 광해를 탄생시켰다.
“지금까지 작품에서 맡았던 역할들은 감정을 터트리는 것도 많고, 자기가 감정을 표현하면서 주변을 변화시켰던 것 같다. 이번에는 감정풀이 자체를 스스로 힘들어서 못 견디는 게 아니라, 나 때문에 이 사람들이 힘들고 나 때문에 이렇게 나라가 혼란스럽구나 라는 생각으로 연기 하려 했다. 어떻게 보면 세세한 감정연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로 감정의 변화를 겪어야하는 장면에서 후반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거의 대사나 표정이 화려하지 않게, 많이 드러나지 않게 연기하려 했다.”
‘대립군’은 과거의 역사를 재조명함으로써 현재 대한민국을 이끄는 진정한 영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이자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이 요구하는 이상적인 리더십이 무엇인
“이번 작품은 광해에게 위로받으면서 연기했다. 이유를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촬영하는 기간이 힘들었다. 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자체가 그렇지 않았나. 그때 광해를 연기 하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고, 많은 분들이 ‘대립군’을 보고 위로와 함께 희망찬 메시지를 받았으면 좋겠다.”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