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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이아이피’에서 연쇄살인마로 파격 변신한 이종석. 제공|호호호비치 |
배우 이종석이 파격 그 이상의 변신을 시도했다. ‘신세계’ 박훈정 감독의 신작 ‘브이아이피’를 통해서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브이아이피’ 개봉을 앞둔 이종석을 만났다. 북한 로열패밀리이자 연쇄살인마로 그간 맡아온 그 어떤 캐릭터보다 강렬한 변신을 보여준 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그동안 남성적인 이미지에 대한 갈망이 굉장히 컸던 것 같다”고 물으니, “갈증 보다는 동경해왔다. 워낙 누아르 장르를 좋아하고 남성적인 캐릭터에 대한 열망도 크다. ‘브이아이피’는 그간의 이미지를 깨고자 하기 보단, 내가 가진 이미지를 무기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도전하게 됐다”고 답했다.
‘브이아이피’에서 희대의 악역인 ‘김광일’로 분한 그는 북한 최고 고위층인 아들 역으로, 귀공자의 얼굴 이면에 잔인한 살인 본능이 숨겨져 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을 하나의 취미 생활 정도로 여기는 인물.
이종석은 “사실 잔인한 신을 찍을 때는 속도 불편하고 심적으로 너무나 힘들었다”면서 “관객들에게 분노를 이끌어내는 너무나 중요한 장면들이어서 모두가 함께 괴로웠지만 최선을 다해 몰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굳이 내가 가진 점들 중 ‘누아르’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을 억지로 감추려고 하기 보다는 십분 무기로 활용해 기존의 살인마와는 또 다른 모습, 공포감을 자아내려고 노력했다. 나만 할 수 있는 것, 그래서 재발견될 수 있는 지점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왜 살인마가 된 것인지, 특별한 이유나 인물에 대한 전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살인에 대해 아무런 감정이 없는 인물이에요. 저 조차도 김광일이 살인을 대하는 감정을 잘 모른 채 연기했죠. 분명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연쇄살인마하고는 다른 결인데 그런 모호함이 바로 김광일 자체였던 것 같아요. 취미 생활이 살인인 놈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어요?”
단지 북한 출신 캐릭터가 아닌 북한의 로열패밀리이기 때문에 사투리에서부터 표정, 말투, 행동 하나하나가 연기하기 어려웠단다. 그는 “앞서 ‘코리아’ ‘닥터이방인’을 통해 북한말 과외를 받았기 때문에 처음 감독님 앞에서 당당하게 사투리를 해봤는데 바로 퇴짜를 맞았다”며 웃었다.
이어 “‘김광일’은 귀족이기 때문에 오랜 유학생활 경험도 있고 굉장히 세련된 인물이라 전형적인 북한 사투리가 아닌 남한과 북한 사이의 애매한 언어를 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면서 “사투리가 아닌 듯한 사투리라 박희순 선배님의 톤을 가장 많이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처럼 어떤 계산이나 생각 없이 현장에 몸을 내맡기고 연기한 건 처음인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잘 하고 싶은 욕심이 너무 커서 스스로를 굉장히 괴롭히며 연기하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선배님들과 감독님에게 아예 모르는 걸 하나하나 물어보면서 신생아의 기분으로 임했어요. 덕분에 마음의 짐이나 고통은 오히려 줄었던 것 같아요. 제가 마음껏 연구하고 도전하고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이었죠.”
끝으로 그는 “나 역시 감독님의 전작인 ‘신세계’의 열렬한 팬인데 ‘브이아이피’는 전혀 다른 결의 누아르”라며 “감독님은 중간이 없다. 일단 마음을 먹으면 화끈하게 끝까지 가신다. 그 뚝심이 이번에도 느껴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기획 귀순자’라는 독특한 소재,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그릴 수 있는 복잡한 세계관과 기존의 누아르들이 보여준 전형적인 요소들을 배제한 새로운 느낌의 작품이에요. 낯설게 느껴지시는 분들도 물론 있겠지만 선입견 없이 작품을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분명 또다른 색깔의 매력을 느낄 수 있으실 거예요.”
영화 ‘브이아이피’는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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