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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뭔가 큰 한 방을 노린 듯하다. 웃으며 시작했다가 울면서 끝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섰다가 예상치 못한 진하고 뭉클한 감동을 안고 극장을 나서는, 기분 좋은 반전을 선사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영화는 그다지 큰 웃음도, 먹먹한 울림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오랜 만에 만나는 코미디 영화에 웃음을 잔득 기대하고 갔다가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정체성에 당혹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너무 많은 걸 담고 싶었던 감독의 욕심으로 인해 전체적인 톤 조절에 실패했고, 코미디 연기의 달인들의 총출동에 핵 웃음 브로맨스를 기대했지만 전혀 만족감을 얻진 못한다. 진부한 설정들의 연속으로 재미는 반감되고 배우들의 연기력을 제외하고는 어느 것 하나 뚜렷한 장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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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총사 중 리더 인한 역을 맡은 임창정은 특기인 코미디 연기가 아닌 진지하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우수에 가득 찬 연기를 시종일관 펼친다. 기구한 사연이 참 많은 인물인데, 그 사연들은 하나 같이 진부한 설정들뿐이다. 거친 상남자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내면에는 따뜻하고 순수한 면모를 지닌 전형적인 츤데레형 인물. 공형진은 삼총사 중 맏형이자 사고뭉치 기주 역을 맡아 미워할 수 없는 푼수로, 막내 두만 역을 연기한 정상훈은 두 사람의 중간형으로 인한에 대한 믿음이 남다른 인물이다.
세 사람은 작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하지만 이들이 인생을 건 도박을 벌이게 된 이유나 극단적인 약속을 하게 된 동기 등은 모두 설득력이 부족하다. 고아로 태어나 서로를 의지하며 자라왔다고 가난 속에서 굶주리고 살아왔다 정도의 설정이 전부다. 지극히 일차원 적인 설정과 비현실적인 전개로 세 남자의 브로맨스의 깊이는 한없이 얕다. 오히려 카메오로 잠깐 출연한 박하선과 임창정의 케미가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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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인한의 삶에 집중해 따뜻한 가족 극으로 풀어냈거나 세 남자의 강렬한 코믹극에만 집중했다면 웃음이나 감동 중 어느 것 하나는 제대로 잡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결국 모든 걸 다 잡으려다 모든 걸 다 놓친 셈이다.
오는 8월 30일 개봉. 15세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8분.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