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소중함은 어렵고 힘든 상황이 다가와야 깨닫는다. 모두가 각자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내리사랑과 치사랑이 일치하진 않는다.
영화 '내게 남은 사랑을'(감독 진광교)은 우리네 평범한 가장이 암에 걸리면서 소홀히 하기 쉬웠던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이야기다.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아내에게 '웬수', 아이들에게는 '꼰대'지만, 그가 아프고 없을 때에 비로소 소중함을 느낀다.
아빠와 엄마, 사춘기 아이들, 늦둥이 막내…. 흔한 이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건설소장 김봉용(성지루)은 회사 일과 상사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매일같이 늦는다. 상사의 아이를 유치원에서 하교시키는 일도 거리낌 없이 해야 한다.
아내 화연(전미선)은 억척같이 바느질 부업으로 생계를 위해 도움을 주지만, 남편은 못마땅하다. 큰아들 우주(양홍석)는 아버지를 '이상하게' 오해하고, 딸 달님(권소현)은 음악 하는 걸 이해 못 하는 아빠가 무작정 싫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늦둥이 애교쟁이 별님(이예원)이 그나마 아빠의 근심을 눈 녹듯 녹아 내리게 한다.
너무 뻔한 이야기이고, 이 행복에 느닷없이 등장한 대장암이 너무 싫증 나는 이야기일 테지만 어느 순간 눈물이 흐르는 부분이 있다. 아이들과 다양한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일 수 있고, 아빠가 신에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느냐고 울부짖는 장면일 수 있다. 혹은 아버지의 난 자리를 인지했을 때다.
아버지 역의 성지루의 연기가 특히 압권이다. 깊은 주름에 삶의 애환과 고민, 걱정, 사랑 등 모든 것이 담겼다. 연기 잘하는 줄은 알았지만 코믹한 캐릭터로만 인식된 그가 이 시대의 가장의 캐릭터를 묵직하게 그려내 제대로 감동을 전한다.
누구나 공감 가는 에피소드를 섬세
CBS시네마와 와호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했다. 봉용의 가족이 교회를 다니긴 하지만 선교를 주로 다룬 기독교 영화와는 결이 다르다. 거부감 없이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111분. 12세 이상 관람가. 11월2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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