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무한도전’은 장장 12년째 인기리에 방송 중인 ‘명불허전’ 국민예능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첫 순간부터 현재까지 연출에서 손을 놓지 않고 있는 ‘산파’이자 ‘선장’ 김태호 PD가 최근 한 강연에서 밝힌 것처럼, ‘무한도전’의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김PD는 당시 강연에서 “미디어 시장이 변화하면서 ‘무한도전’은 수많은 프로그램 중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무한도전’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시초 격으로 무수한 사랑을 받았지만 현재는 또 다른 포맷이 예능 트렌드가 되면서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다수 사라지거나 ‘무한도전’을 비롯해 ‘1박2일’ 등 몇몇 프로그램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매 주 100분에 달하는 웃음을 끌어내기 위한 고민도 크다. 십수년째 동일한 멤버로 큰 웃음을 주기 위해 멤버들은 “몰카도 하고 상황극도 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캐릭터는 바닥났다”는 김PD의 자평은 씁쓸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무한도전’은 “근본적인 고민”에 빠졌다.
‘1박2일’이나 ‘런닝맨’ 등과 ‘무한도전’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이들 프로그램과 달리 일정한 콘셉트가 없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무한도전’의 여정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작업인데, 말이 쉬워 창조지, 10년 넘게 새로움을 준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일, 아니 불가능이다.
또 하나, 극명한 사실은 앞으로도 ‘무한도전’이 나아가야 할 여정이 장밋빛만은 아닐 것이란 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무쌍하게 달라지고 있는 예능 트렌드도, 부족한 멤버 숫자로 매 주 100분을 채워가는 것도, 다행히 아직 식상하단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너무나 익숙하고 친숙해 오히려 낮아져버린 시청자의 관심도, 지금의 쉽지 않은 여정보단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당시 ‘무한도전’의 기억을 떠올리는 여론도, 멤버들이 또 한 살 나이를 먹으며 평균 연령마저 불혹을 훌쩍 넘기게 되며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까지도. ‘무한도전’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는 여전히 많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여정이 지속되는 한, 이들은 그 불가능을 해내야만 한다. 현재의 그들을 있게 했고, 여전히 그들을 응원하는 든든한 애청자들에게 그러한 고충을 이따금씩 토로할 수는 있을 지언정, 전파를 통해 내보내지는 방송에서 그런 고충이 드러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어쩌면 김PD가 밝힌 ‘근본적’ 고민이란, 누구도 쉽게 입에 올리기 어려운 존폐 자체에 대한 고민일 터. 하지만 ‘무한도전’은 마침표를 찍기보단, 계속 도전하고 있다. 이들의 도전은 마치 프로그램 제목이 준 듯한 숙명 같다.
최근 두 달 반 만에 방송을 재개하면서 이들은 뗏목 한강 종주에 다시 도전했다 실패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늦깎이 수능에도 도전했다. 이달 중 내한하는 복싱 스타 파퀴아오와의 만남도 앞두고 있다.
지금은 ‘무한도전’의 시청자가 됐을 어린 누군가에겐 기억에도 없(을 수 밖에 없)는 그 옛날, 소싯적 ‘무모한 도전’ 당시와도 같은 무대포 도전도, ‘무한도전’이 고민을 타파해가는 방법 중 하나가 된 셈이다.
그런가하면 국내 예능 중 유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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