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그맘’ 양동근 종영 인터뷰 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
생계형 배우란 의식주를 위해 연기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양동근은 자신을 ‘생계형 배우’라고 소개하며, 세 아이의 아빠를 책임지는 가장의 고충을 토로했다.
양동근은 최근 종영된 MBC 예능 드라마 ‘보그맘’에서 최고봉 역을 맡아 연기 호평을 받았다. 올 초 MBC 드라마 ‘미씽나인’에도 출연했던 그는 대체로 연기에 대해 좋은 평을 받았다. 오랜만에 래퍼 아닌 연기자로서의 행보로 반가움이 컸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선택도 ‘아버지가 지녀야 할 책임감’이 컸다.
“최고봉과 닮은 부분 1도 없다. 최고봉은 뇌섹남인데 전 절대 뇌섹남도 아니고 공부도 잘하지 않았다. 돈도 많지도 않으며, 머리 스타일부터 다르다. 다만 가족을 사랑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닮은 부분이 있다. 가족사랑은 아빠가 된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가정생활 하면서 많이 느끼면서 아이, 아내를 많이 사랑하게 됐다. 연기로 어려웠지만, 평소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까 아이한테 하는 게 연기 통해 확실히 나오더라.”
↑ MBC ‘보그맘’ 양동근 종영 인터뷰 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
극 중 최고봉은 자신이 만든 로봇 보그맘(박한별 분)을 사랑하며, 진정한 가족애, 사랑을 깨닫는 인물이다. 이에 양동근은 “이런 역인 줄 몰랐다”며 로봇과의 사랑 이야기에 대한 자기 생각을 털어놨다.
“처음에 이런 역인지 몰랐다. 저는 ‘아이언맨’처럼 철로 둘러싼 상대를 생각했는데 사람으로 바뀌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었다. 어떻게 보면 로봇과 사랑 이야기는 드라마로 처음 시도한 작품이었는데 그런 영예가 저한테 온 것을 감사하다. 앞으로 더 좋은 로봇 사랑 이야기가 나오길 바란다. 시즌2 기대되지만 여러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박한별 씨도 몸조리해야 할 것 같고, 만약 시즌2가 진행된다면 많은 점이 보완되지 않을까 싶다.”
양동근의 현재 주 관심사는 ‘육아와 가정’이었다. 그는 모든 능력을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기에 힘을 썼다. 배우나 래퍼는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한 하나의 직업이었으며, ‘생계형’이라는 표현이 그에게 딱 맞았다.
“이전에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그런 이미지고, 실제로도 그런 사람이었다. 제가 표현하고자 한 생계형 배우라는 건, 양동근이 배우를 하는 게 아니고 가장이 배우를 하는 거다. 가장이 생계를 위해 이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계형 배우’가 맞다. 최근 몇 년간 배우와 가장으로서 내적 갈등이 있었다. 나를 탈바꿈한 시간이었다. 배우의 삶보다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크다. 그 가치관 싸움은 계속할 것 같다. 옛날에 잘나갔던 기억들은 부딪히고, 힘든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내려놨다. 부딪히는 갈등이 오면서 새롭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이 생겼다. 저를 죽이는 시간이 가졌다. 그렇지 않으면 아빠로 살 수 없더라.”
↑ MBC ‘보그맘’ 양동근 종영 인터뷰 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
양동근의 모든 말은 기승전‘아빠’로 끝났다. 그만큼 그가 가장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수의 가장은 그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의 말에 공감되며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생계형 배우’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 됐다.
“일주일에 중 작품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였다. 제가 도와주지 않으면 와이프가 너무 힘들어한다. 이전에는 연기 동선, 디테일을 완벽하게 숙지해서 갔으나 ‘보그맘’ 때는 준비를 잘 하지 못했다. 제가 이런 것을 겪다 보니 ‘생계형 배우’에 대해 인식이 달라졌다. 과거 생계형 배우는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부분이 반성된다. 생계형 배우는 위대하다. 배우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정말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위대해 보인다. 어떤 모습이든 배우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위대함을 보게 된 것이다. 현장에서 대본을 숙지하는 배우들을 보고 비난했는데 그 이면에 그 사람의 처절한 삶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 위대함을 느끼게 됐다.”
인터뷰 내내 ‘생계형 배우’라고 자신을 지칭한 양동근. 그는 연기에 흥미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무심코 속마음을 드러냈다.
“연기에 흥미를 잃었다. 흥미를 북돋아 줄 작품이 저한테 오길 기대하고 있다. 열정이 많이 떨어졌다, 큰 의미가 없다. 연기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제게 감정적인 장애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극적인 감정을 쓰는 것만 익숙해졌다. 인간이 관계하고 대화를 하려면 다른 것이 있어야하는데 극에서 쓰는 감정만 쓰게 학습된 것 같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어렵다. 그것(연기적인 감정)을 그만 소비하고 싶다. 오히려 다큐멘터리, 예능처럼 정해진 대사에서 탈피한 것들을 하고 싶다.”
↑ MBC ‘보그맘’ 양동근 종영 인터뷰 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
연기하기 싫은 것인지 묻는 말에 양동근은 “그건 아니다. 다만 제 흥미를 끌어올릴만한 작품을 기다릴 거다”라고 말했다. 그의 생각을 단 한 시간만으로 파악하기에는 어렵고, 복잡했다. 하지만 아직도 배우 양동근으로서
“배우로서 ‘네 멋대로 해라’와 같은 필모그래피를 가진 것만으로도 만족하다. 그 이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나한테 조급증을 줬다. 그래서 힘들었다. 그 당시에는 여러 가지가 맞물려 잘됐다. 소재는 다르겠지만 멋진 작품을 해보고 싶다.” 신미래 기자 shinmirae93@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