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종상영화제도 무성한 뒷말을 남긴 가운데, 트로트 가수 한사랑의 대리 수상은 논란을 넘어 의문점 투성이었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제55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이 열린 가운데, 음악상 대리 수상에서 황당한 사고가 벌어졌다.
이날 ‘남한산성’ 음악을 담당한 일본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가 수상자로 호명됐으나, 무대에 오른 사람은 영화 관계자도 아닌 의문의 중년 여성이었다. 이때 대리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르려던 ‘남한산성’ 제작사 싸이런픽쳐스 김지연 대표의 당황스러운 얼굴도 카메라에 잠시 잡혔다.
무대 한 가운데 선 이 여성은 “가수 겸 배우 한사랑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후 “류이치 사카모토 감독이 바쁘셔서 제가 대신 나왔습니다. 잘 전달하겠습니다”란 말도 덧붙였다.
이후 '남한산성' 제작사 관계자는 촬영상 대리수상을 위해 무대에 올라 “아무래도 소통에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앞서 ‘음악상’ 수상 때도) 제가 대신 무대에 오르기로 돼 있었는데, 다른 분이 무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한사랑의 갑작스러운 무대 등장은 ‘남한산성’ 관계자들과도 사전에 얘기되지 않은 의문의 대리 수상이었던 것.
한사랑의 대리수상은 23일 내내 화제였다. ‘희대의 방송사고’ ‘무대난입’ ‘초유의 사태’라는 비판 기사들이 쏟아졌지만, 행사를 담당했던 주최 측은 한사랑의 대리수상과 관련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가수협회 역시 이날 한사랑의 정체에 대해 “협회 소속가수가 아니다. 모르는 사람이다”고 밝혔다.
파문의 중심에 서자 한사랑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영화인총연합회의 한 간부의 부탁을 받고 대리수상에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종상 시상식이 있는데, 대리수상을 해줄 수 있느냐’고 하길래, 갑작스러웠지만 ‘알겠다’고 말씀드렸다”며 “방송 펑크가 날 것이 걱정되어 당일 시상식장에 갔고, 지정된 좌석에 앉았다”는 것.
이날 수상한 트로피 역시 “아는 언니에게 맡기고 화장실을 갔다 왔더니 ‘어떤 여자분 둘이 와서 트로피를 내놓으라’ 하길래 줬다‘고 하더라”며 “류이치 사카모토란 사람은 들어본 적도 없지만, 도움을 청하길래 그것에 응한 것 뿐인데 곤란한 처지가 됐다”고 세간의 도마에 오른 심경을 전했다.
한사랑을 초대한 한국영화인총연합회의 간부 역시 “류이치 사카모토의 불참 통보를 접하고 한국영화음악협회 측에 도움을 요청해 한사랑을 추천받았고, 그 사안을 대종상 조직위에 전달했으나 혼선이 생긴 것”이라며 “한사랑이 공식적인 대리
결국 ‘한사랑의 뜬금포 대리수상’은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와 주최 측 간의 소통 부재가 빚은 촌극으로 결론났다. 환골탈태를 선언한 55년 전통의 대종상영화제의 완벽한 추락을 목격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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