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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성덕 감독은 `영주`를 연기한 김향기를 칭찬했다. 제공|CGV아트하우스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 차성덕 감독은 영화 현장이 재미있다고 했다. 각자의 경험이 다르지만, 좋은 순간에는 뭔가 온다는 것.
그는 “어릴 때부터 연출부를 했다. 감독은 아니지만, 현장에서 어느 순간이 올 때가 있다. 어떤 포지션을 맡고 있든 상관 없다. 그때가 순간이었다고 느낄 때가 있다”며 “저희 현장에서도 있었다. 이 신을 오늘 못 찍으면 기회가 없다는 마음으로 스케줄에 공을 들였고, 다들 엄청 달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차성덕 감독은 ‘영주’의 엔딩 신을 언급했다. 김향기도 인터뷰를 통해 마지막 엔딩신을 촬영하면서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고, 눈 앞에 공간과 사물만 보였다고 했다. 영주가 된 순간, 몰입했던 신으로 꼽았던 터.
차성덕 감독은 “리허설도 없었다. 한 테이크 안에 가야 했다. 촬영감독님도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다가가지 않고 보고 있었다. 각자의 호흡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김)향기와 작업이 재미있었던 게 현장에서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촬영 전 미팅에서 영화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향기에게 물어보고 싶은게 있냐고 물으면 다 괜찮아졌다고 하더라. 신기한게 향기가 제가 미팅에서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향기에게 사람의 마음에 구멍이 있고, 그 구멍을 섣불리 채우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던 것 같아요. 구멍이 났다는 걸 인정하고 바라보는 순간에서부터 성장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기억하더라고요. 그걸 마음에 품고 있어줘서 고마웠어요. 그렇기 때문에 힘든 촬영 현장에서도 영주로 있어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대단한 배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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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 김호정-김향기(위)-김향기 유재명. 제공|CGV아트하우스 |
부모의 역할을 하면서 과거에 머무르던 영주는, 비로소 변화한다. 김향기는 영주의 마음을 꿰뚫었고, 그곳에서 나아가 표현해냈다. 비단 김향기 뿐만이 아니었다. 유재명과 김호정까지 모든 배우들이 ‘영주’를 채워줬다.
차성덕 감독은 유재명과 김호정에 대해 “영주의 이야기다보니 다른 인물들은 영화에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그런 곳까지 채워줬다. 처음부터 이 역할을 위해선 힘 있는 배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두 분은 제가 좋아하는 배우였고, 꼭 작업해보고 싶었다. 시나리오 보여드렸을 때 단순히 캐릭터를 이해하는게 아니라 ‘내가 이 사람을 아는 것 같다’는 말을 해줬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많은 대사가 필요하지 않았다. 유재명과 김호정은 단순한 선인이 아닌, 과거에 머무르는 상문과 향숙이 되었다. 차성덕 감독은 “극중 영주의 잘못했다는 말에 향숙이 한번 숨을 참고 바라봤다가 돈을 건넨다. 너무나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호정이 아니었다면 그런 식이 나오지 않았을 거다. 엄청난 내공이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또 “(유)재명은 중요한 역할지만 분량이 적다. 시나리오에 있는 모든 신이 영화에 나온다. 상문은 침묵한다. 유재명이 흔들리면 영화의 축이 흔들릴 수도 있었다. 유재명은 눈빛 하나로 상문의 아픔을 표현해줬다. 두분과 작업도 정말 좋았다”며 애정을 보였다.
모든 배우, 스태프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 차성덕 감독. 한 사람이 아니라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의 노력 덕에 ‘영주’가 탄생됐다. 아쉽게 편집된 신도 많다. 차성덕 감독은 “좋은 배우들이 함께 해줬다. 피눈물을 흘리며 편집을 해야 했다. 그분들에게 죄송하고 감사하다. 편집하면서 살을 도려내는 느낌이었다”며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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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성덕 감독은 세상, 그리고 시대의 감수성과 소통하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제공|CGV 아트하우스 |
차 감독은 ‘영주’가 사람들에게 응원과 위로의 영화가 되길 희망했다. 그는 “누구나 상실과 애도의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그럼에도 일어나 일상을 살아간다. 자기 자신을, 주변 사람을 응원해줄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현실은 차가울 수 있지만, 서로를 칭찬해주고 위로해주고 응원해주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람은 무슨 힘으로 사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는 차성덕 감독. 그는 “세상엔 뜻하지 않고 어찌할 수 없는 일 투성이다. 슬프고 기쁘고 허무한 삶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힘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는 “영화는 어떤 식으로든 불편함을 들춰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좋거나 서늘하거나 여운을 남길 수 있는, 관객들에게 말을 거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고백했다.
“더러운 식탁보를 들춰내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어떻게든 세상을 바라보고, 소통하고 싶어요. 영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필터라고 생각해요. 시대적으로 감응하고 싶고요. 작업해보고 싶은 분이요? 너무 많아요. 김
skyb184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