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장혜진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으로 관객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제공|CJ엔터테인먼트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기생충’의 충숙은 없었다. 시원한 웃음소리가 인상적인 배우 장혜진(44)은 지금 이 순간을 감사했고, 함께한 사람들에게 공을 돌렸다.
장혜진은 지난달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에서 기택(송강호 분)의 아내 충숙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가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박사장(이선균 분)네 과외선생 면접을 보러 가면서 시작되는 예기치 않은 사건을 따라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장혜진은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꿈 같다. 모든 것이 감사하다. 봉준호 감독님과 송강호 선배님이 만들어준 것에 올라타서 같이 누릴 수 있어 감사하다. 정말 배우도 스태프도 최고였다”며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현장에서부터 다들 친근했어요. 내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부담은 됐지만 힘든 건 없었죠.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싶어 놀라웠어요. 과정도 행복했는데, 결과까지 좋아요. 두 개 다 잡기 쉽지 않죠. 저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더 실감이 안 나는 것 같아요. 정말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내게 이런 일이 올 거라고 생각 못 했죠.(웃음)”
↑ 장혜진은 `기생충`의 충숙 역할을 위해 체중을 15kg 늘렸다. 제공|CJ엔터테인먼트 |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이 첫 작업이지만, ‘살인의 추억’으로 처음 만났다. 장혜진은 “‘살인의 추억’ 때 연락을 주셨는데, 다른 일을 하고 있어 할 수가 없었다. 스케줄 상 할 수 없었고 이해해 주셨다. 그렇게 다음에 기회가 되면 보자고 하셨는데 (‘기생충’ 때) 제안이 다시 온 거니까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날 믿고 큰 역할을 줄 생각을 했는지 감사한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장혜진은 ‘기생충’의 충숙이 되기 위해 15kg을 증량했다. 갑자기 체중이 늘어나 무릎이 아프기도 했다는 장혜진은 “그런 걸 이겨낼 만큼 재미있었다. 마냥 힘들기만 했다면 못하겠다고 했을 것”이라며 “재미있게 하고 싶었고, 고통스럽지만 즐거웠다. 칸 영화제에서 드레스를 입어야 해 살을 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해머던지기 메달리스트 출신의 충숙은 극 중 정원에서 투포환을 던진다. 장혜진은 “가족들이 그 장면에서 감탄하는데 현장에서도 그렇게 리얼한 반응이었다. 너무 잘 돌아가더라”며 “그 장면이 짠하면서 행복하면서도 슬프다. 그렇게 해맑게 놀고 있는 모습도 짠하더라. 행복이 너무 꿈같이 찰나로 지나가 버렸다”고 설명했다.
“기우가 마당에서 누워서 해를 보고 있는데 집에서 하늘이 보인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일까 싶었죠. 이들도 그 집에 얼마나 어울리고 싶었을까, 간절히 바랐을까 싶더라고요. 충숙이나 아이들도 햇빛 드는 집에 안 살고 싶었겠어요? 정말 울컥하는 지점들이 있어요. 시나리오 받았을 때 금방 읽혔고요. 다 읽고 나서 눈물이 났어요. 이런 상황이 일어나길 누구도 원하지 않았을 거잖아요. 그래서 마음이 먹먹했죠. 마지막에 (최)우식이가 부른 노래가 나오잖아요. 꾸미지 않고 생목으로, 절절하게 노래하는 걸 듣는데 눈물이 터졌어요.”
↑ 장혜진은 봉준호 감독의 명확하고 정확한 디렉팅을 자판기처럼 연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제공|CJ엔터테인먼트 |
‘지리멸렬’(1994)부터 봉준호 감독의 팬이었다는 장혜진. ‘봉테일’이라는 불리는 봉준호 감독과 작업, 어땠을까. 그는 “정말 완벽하다. 장혜진을 귀하게 생각해준다는 느낌이었다. 사람을 존중해준다는 느낌이 좋았다. 디렉팅도 정확하고 명확해서 군더더기가 없었다. 고민하면 바로 명확하게 설명해줬다. 감독님의 디렉팅을 자판기처럼 연기하고 싶었다. 늘 제가 생각한 이상으로 디렉팅을 해줘서 연기 공부가 절로 되는 느낌이었다. 듣는 대로 다 연기하고 싶었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봉준호 감독 뿐만이 아니다. ‘밀양’ 이후 송강호와 부부로 재회한 그는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싶었다. 한국 영화사에 이런 배우가 다시 없을 정도로 배우 송강호의 전과 후로 한국영화가 나뉜다고 할 정도지 않나. 그런 선배님과 연기했다. 혹시라도 폐를 끼치면 어쩌나 싶었다”며 “선배님과 연기하면서 현장에서 짜릿함을 느꼈다. 배우로 교감할 수 있었다”며 행복해 했다.
배우 장혜진은 과거 연기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결혼 후 육아에 집중했던 그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을 통해 다시 연기자의 길로 돌아왔다.
장혜진은 “연기를 그만둘 때는 힘들었다. 내 역량도 안되는 것 같고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니까 내가 문제인가 싶었다. 자꾸 연기가 갇혀있는 것도 힘들었다. 연기하는데 행복하지 않았다. 못 버티겠다 싶었다. ‘밀양’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눌러왔던 욕구가 막 분출하더라. 포기한 척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계속 쌓아두고 있었던 거다. 정말 다시 하고 싶었고 연기가 좋았다. 연기하면서 행복하다는 걸 ‘밀양’으로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후 단역 10년을 해도 힘들지 않았다. 잘 버텨온 건 연기의 즐거움이 생겼기 때문이다. 고통스러웠지만 행복했다. 또 잘 안되길래 잠시 쉴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다. 촬영장에 아기(둘째 아이)를 데려가면 스태프들이 돌봐줬다. 아기를 데려가도 된다고 허락하는 현장만 갔다. 연기를 너무 하고 싶었다. 얼마나 하고 싶으면 그렇겠나. ‘어른도감’도 그렇게 촬영했다. 정말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 한때 연기를 접었던 장혜진은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제공|CJ엔터테인먼트 |
장혜진은 지금을 감사했다. ‘기생충’ 이후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도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연기할 수 있는 지금을 행복하게 즐기고 있는 장혜진은 “기택(송강호)이 가장 좋은 게 무계획이라고 하지 않나. 자포자기는 아니지만, 옮아 매는 걸 느슨하게 해주고 새롭게 들어오는 걸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라며 “방향만 정해져 있으면 망망대해를 가더라고 폭풍을 만나더라고 목적지에 갈 수 있는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밀양’ 찍고 잘 될 줄 알았는데 안 됐어요. 그래서 ‘기생충’이라는 큰 작품을 하게 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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