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정윤회 씨까지 조사한 검찰은 다음 주 비서관 3인방을 불러 조사한 뒤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건에 등장한 십상시 모임은 없었다는 쪽이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허위 문건이라면 누가 왜 작성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유출됐는지 그 배경을 밝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거기까지 간다면 박지만 회장과 정윤회 씨의 미행설과 갈등설에 대한 진실 공방이 다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정윤회 싸는 검찰 조사와 박관천 경정과 대질신문에서 '문건을 누가 시켰냐'며 따져 물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른바 불장난을 한 사람이 누구냐고 캐물은 것입니다.
▶ 인터뷰 : 정윤회 씨 / 12월 11일
- "(불장난에 춤을 춘 배후는 누구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시면 알 겁니다. (불을 지른 사람은 누구라고 보시나요?) 그것도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세요. (박 경정은 계속 타이핑만 했다고 주장합니까?) 수사 결과를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의혹을 제기한 진원지가 어디라고 보세요?) …. (대통령과 최근에 통화한 적은 없으신가요?) …."
정윤회 씨는 국정 개입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을 10년 동안 모셔서 그분이 누구보다 조심스러운 분이란 것을 아는데 내가 뒤에서 그런 짓을 했겠느냐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정개입 의혹은 전면 부인한 것입니다.
정 씨는 아마도 불장난을 한 사람 또는 세력의 배후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 역시 공직기강비서관실 오 모 전 행정관과 함께 조 전 비서관이 문건 작성과 유출을 주도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합니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의 생각은 전혀 다릅니다.
조 전 비서관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 부하들(3인방)이 정 씨와 한 몸이 되어 유신시대 '윤필용 사건'을 생각나게 하는 부도덕하고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확실한 증거도 없는 죄를 자신에게 덮어씌운다는 겁니다.
오 전 행정관 역시 청와대가 문건 작성과 유출 전반을 조 전 비서관이 주도했다는 내용에 서명날인하라고 강요했지만, 자신은 거부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윤회 씨와 청와대는 조 전 비서관이 참여했던 이른바 '7인 모임'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박지만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전 모씨도 포함돼 있습니다.
결국, 정윤회 씨가 불장난한 것으로 추정하는 세력의 정점에는 박지만 회장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박지만 회장과 조 전 비서관, 박관천 경정으로 이어지는 라인을 의심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박지만 회장이 지난 5월쯤 문건을 처음 보도한 세계일보 기자를 만났다는 점입니다.
이 자리에서는 7인회 모임 참석자로 알려진 측근 전 모씨도 참석했다고 합니다.
박관천 경정도 참석하려 했으나, 박 회장 측에서 거부해서 3명만 만났다는 내용을 조선일보는 전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세계일보 기자와 전 씨는 박 회장 주변 동향을 담은 100여 쪽의 청와대 문건을 보여줬다고 합니다.
박 회장은 남재준 국정원장 측에 문건 유출 경위 파악을 요청했지만, 남 원장 측에서 거부했고, 남 원장은 5월22일 경질됐습니다.
조 전 비서관 역시 오 모 전행정관을 시켜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 비서관에게 문건을 전달하며 회수를 촉구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박지만 회장도, 조 전 비서관도 뜻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계일보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 과정을 볼 때 정윤회 씨가 불장난 배후로 박지만 회장과 조 전 비서관을 의심하는 것은 합리적 의심이라 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박지만 회장의 생각은 어떨까요?
조 전 비서관처럼 박지만 회장 역시 정윤회 씨와 비서관 3인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볼까요?
자신에 대한 사찰이 있었고, 정윤회 씨의 국정 농단이 있었으며 이를 덮으려고 정윤회 씨와 비서관 3인방이 사실을 조작하고 있다고 볼까요?
검찰은 박지만 회장을 출금금지 조치하고 다음 주 소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박 회장 측은 떳떳한 만큼 검찰에 나가 사실대로 다 밝히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박지만 회장과 정윤회 씨의 대질신문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누군가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큰 오해를 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박지만 회장 미행설까지 연루돼 있으니 대질신문은 더더욱 필요해 보입니다.
박지만 회장과 정윤회 씨의 공방 진실이 밝혀지면, 자연스레 문건 작성과 유출과정도 밝혀지지 않을까요?
검찰이 이 퍼즐 맞추기를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보면, 박지만 회장도 정윤회 씨도 상대방을 의심하면서도 그 의심을 정당화할 명확한 증거를 갖고 있지는 못한 듯합니다.
미행했다는 사람의 진술서가 공개되고 그것이확실하다면 물론 진실
진실이 무엇이든 이 사건은 박근혜 정부 임기 내내 사람들 뇌리 속에 각인될 겁니다.
대통령의 동생과 사람들, 그리고 오랫동안 대통령을 보좌한 가신과 사람들 사이의 뭔가 있었구나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