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경기도 연천군에서 포격 도발을 한 뒤 급격히 고조된 군사위기는 6일만에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에서 극적 합의로 끝났다. ‘준전시체제’ ‘최후통첩’ 등 위협언사 속에 긴장감이 극에 달했으나 전격 대화를 통해 남북 화해의 통로를 뚫는 데 성공했다.
20일 오후 경기도 연천 지역에서 남북한간 경고성 포격전이 벌어지자 우리 군은 최고수준 경계태세를 발령했고, 북한은 전선지대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병력을 전진 배치했다. 북한군 총참모부에서는 22일 오후 5시까지 대북 심리전용 확성기를 철거하지 않으면 군사행동에 나서겠다는 최후통첩까지 나왔다. 우리 군은 북이 추가도발에 나설 경우 단호한 응징에 나서겠다고 맞받았고, 한미합동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기간 발생한 일련의 상황에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긴장에 휩싸였다.
그러나 북측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화전 양면 전술을 썼다. 연천 지역에 도발을 한 직후인 21일 오후 4시께 북한 대남업무를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비서가 본인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1대 1 접촉을 갖자고 제의했다. 우리 측은 2시간뒤인 오후 6시께 김 대남비서 대신 북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 안보실장간 접촉을 제의하는 수정 통지문을 북측에 전달했다. 김 대남비서의 남측 대화상대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란 우리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북측은 김 대남비서가 남측 통일부 장관보다 위상이 높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북측은 22일 오전 9시 35분께 북측 대표로 황 총정치국장과 김 대남비서가, 남측 대표로 김 안보실장과 홍 장관이 참여하는 2대 2 고위당국자 접촉을 갖자며 재차 수정 제의를 했고, 남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한반도 위기의 극적 돌파구가 마련됐다.
북측이 제시한 최후통첩 시간(오후 5시)를 1사간30분 넘긴 뒤 22일 오후 6시30분부터 양측은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무박 4일간 유례없는 밤샘 마라톤 협상을 진행했다. 첫날 접촉은 이튿날인 23일 오전 4시 15분까지 10시간 동안 진행됐고, 11시간 가량 정회한 남북 대표단은 같은날 오후 3시 반부터 25일 0시 55분까지 무려 33시간이 넘게 밀고 당기는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 진행 중에도 북한은 잠수함 50여척을 기지에서 이탈시켜 수중으로 전개했고,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한미는 이에 맞서 B-2스텔스 폭격기와 B-52 전략 폭격기 등을 투입할 수 있다고 공언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더욱 급박해졌다.
22일부터 24일까지 정회시간을 제외하면 43시간 동안 밤샘 협상을 벌였다.
첫날 접촉은 이튿날인 23일 오전 4시 15분까지 10시간 동안 진행됐고, 정부 당국자는 “남북 회담에서 밤샘협상은 늘 있어왔지만, 이번처럼 사흘 연속 밤을 새워가며 논의에 임한 사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첫 사례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협상장에서는 고성이 오갔고 심지어 “전쟁” 언급까지 나왔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양측은 24일 낮 한때 타결 직전까지 갔지만, 북측이 돌연 강경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최종 합의에 난항을 겪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과거 남북회담이 흔히 그랬 듯 ‘벼랑끝 전술’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끝내 합의점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공동보도문을 가지고 서울로 돌아온 김 안보실장은 25일 오전 2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접촉결과를 발표하는 것으로 6일간의 위기상황은 마무리됐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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