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남북간의 대화와 교류의 채널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 8·25합의’ 이후 북한 측이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최고위급 대화의 필요성을 우리 측에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한 다양한 ‘설(說)’들이 나오고 있다.
남북관계 상황에 정통한 고위급 대북 소식통은 5일 “북측이 복수의 비공식 라인을 통해 우리 측에 지속적으로 정상회담 개최 추진을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집권 4년차에 접어들며 당·정·군의 전반적 내부정리를 일단락짓고 본격적인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의향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제1비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정상회담을 의식한듯 “(남북간)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현재로선 검토한 바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은 양측 최고지도자가 직접 만나 담판을 벌여 한반도를 해빙 무드를 이끌 수 있는 ‘마스터 키’라는 측면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추진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던 사안이다. 박 대통령의 임기를 고려할 때 내년이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는 적기이기도 하다.
우리 측은 ‘김 제1비서와 만나지 못할 이유는 없지만 단지 회담을 위한 회담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이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결정적인 행동을 취하는 등 상당한 성의를 보여야 우리 측도 정상회담에 나서 의미있는 경협확대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북간 현안을 논의할 때 ‘톱다운’ 방식을 선호하는 북측 스타일을 감안하면 복수의 북한 대남 비선(秘線)들이 ‘상부의 위임을 받아’ 우리 측에 정상회담 가능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들어 김 제1비서가 내년 상반기중 중국 방문을 추진하는 등 북한측에서도 김 제1비서의 본격적인 국제무데 데뷔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중국 내 북한 전문가는 매일경제신문과과의 통화에서 “북한 내부 상황은 다를 수 있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김정은 제1비서의 중국 방문이 시간을 다투는 문제는 아니다”며 “그가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핵문제와 관련해 시진핑 주석에게 줄 선물을 미리 준비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결국 남북정상회담, 김 제1비서 중국 방문 등의 성사 여부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한측의 신뢰성 있는 조치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일단 북한은 지난 8월 말 남북 긴급 고위급 접촉 이후 도발적 행위를 자제하며 정세관리에 부쩍 신경쓰는 모양새다. 지난 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전후해 우리 측은 물론 국제사회가 우려했던 장거리로켓 발사와 추가 핵실험을 자제했다. 우리 측에 대해서는 8·25합의에 주요하게 포함됐던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행사 합의를 이행하며 관계 개선의 밑돌을 놓았다. 이후로 북한은 민간 차원의 남북교류에도 과거보다 훨씬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개성 시내와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 현장 방문을 허용하며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9월 중국 전승절 행사에 김 제1비서의 ‘복심’인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파견해 중국에도 화해의 손짓을 보였다. 이후 지난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에는 중국 공산당 내 서열 5위인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이 평양 김일성 광장 주석단에 올라 김 제1비서와 나란히 서서 열병식 행사를 지켜보며 북·중 관계가 사뭇
남북정상회담 등 북한의 관계개선 의지는 1차적으로 8·25합의에 포함된 남북 당국회담 개최여부와 당국회담에서 펼쳐질 남북간 협의의 ‘품질’에 따라 판단할 수 있을 전망이다. 남북 당국회담은 8·25합의 6개항 가운데 남아있는 마지막 합의이행 과제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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