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민연금 기금의 일부를 장기공공임대주택·보육시설 등 공공인프라 확충에 투자하는 공약을 4일 발표했다. 투자 규모는 10년간 총 100조원(매년 10조원)이다. 더민주는 이를 통해 10년 동안 공공임대주택 152만호, 국공립 어린이집 5600개를 확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날 ‘국민연금기금 공공투자’ 공약을 발표하며 “노령화에 대비해 국민연금과 출산을 연결시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연금 기금을 쌓아놓았다가 곶감 빼먹는 식으로 조금씩 빼먹는 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주택과 보육시설에 투자를 하면 중장기적으로 저출산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공공투자 공약은 국가·지자체의 공공인프라 확충 사업에 기금을 빌려주고, 원금과 약정된 이자를 돌려받는 정책이다. 국민연금기금이 국가 발행 공공투자용 국채(가칭 국민안심채권)를 매입하고, 이를 통해 조성한 기금으로 국가와 지자체가 공공투자 사업을 진행한다. 이용섭 총선정책공약단 단장은 “공공투자는 국민연금기금 국채투자와 일환으로 이뤄져 연기금 투자 수익률에 변동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의 25% 가량이 국채에 투자돼 있어 국채투자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민주의 주장이다.
더민주는 공공투자 정책으로 출산율을 제고하면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더민주는 중산층 눈높이에 맞는 임대주택을 제공할 수 있고, 경기부양으로 좋은 일자리까지 창출하는 ‘1석3조’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연기금이 공공부문에 투자하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더민주가 발표한 공약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연금 전문가는 “적립금이 많은 연기금들은 투자 다변화 차원에서 공공프로젝트에 투자를 하고 있다”며 “미국 최대 규모 공적연금인 캘퍼스도 저소득층 취업활동을 위한 기금을 운용중”이라고 밝혔다. 매년 10조원 규모를 투입하는 방안도 현 국민연금 시스템 하에서 큰 부담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현재 500조원 규모인 연기금은 6년 후 1000조원을 돌파할 예정이기 때문에 향후 10년간 100조원은 충분히 여력이 있는 상황이다.
다만 더민주가 추진 중인 채권 발행식 투자의 경우 금리 설정 문제가 남아있다. 국채보다 높은 금리로 발행할 경우 국민연금 특혜 의혹이 불거질 수 있는 반면 국채보다 낮을 경우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공공인프라는 시설 건립보다 향후 운용 비용 부담이 큰 경우가 많다. 보육시설을 확충한 뒤 정부 재정을 계속 투입할 것인지 민간에 운용을 맡길지 여부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연기금을 국가 정책에 투입하는 것이 기금 독립성을 저해한다는 반론도 있다. 연강흠 연세대 교수는 “정치권이 국민연금을 어떻게 쓰라고 결정하려고 하니 독립성과 지배구조 개편 문제가 계속 거론되는 것”이라며 “가입자 대표들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종원 기자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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