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4명의 현역 의원들을 공천에서 탈락시키고 유승민 의원(3선·대구동구을)과 나머지 대구 현역 의원 및 수도권 중진들의 공천 여부 발표를 앞둔 가운데 대구 민심은 두 갈래로 나뉜 양상이다. 주호영 의원(3선·대구수성을) 등 일부 의원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하는데 동조하는 여론도 있지만 깨끗이 받아들이고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15일 주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가 여성우선추천지역으로 지정돼 공천에서 원천 배제된데 대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최고위원회의에 결정 철회를 요청했다. 최고위가 공관위의 결정을 추인하지 않고 재심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배제의 이유에 대한 일체의 사유를 들은 적이 없다”며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독선과 편견에 의해서 좌우되는 공천 결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2014년 세월호특별법 처리, 작년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당에서 좋은 자리는 서로 하면서 아무도 나서지 않은 일에 저만큼 헌신한 사람이 어디있냐. 제가 이 위원장이 말한 양반집 도련님이냐”고 반문했다.
주 의원은 “우선추천지역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수성구민들의 직접 선택에 맡길 수 밖에 없다”며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시사했다.
주 의원의 지역구인 수성을 주민들은 대체로 공관위의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수성을의 한 책임당원은 “일부 진박 후보들이 당초 수성을 출마를 저울질했지만 주 의원의 지지도가 워낙 탄탄해 모두 출마를 포기하고 다른 지역을 선택한 것으로 안다”며 “이런 판국에 이곳을 여성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한 것은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하면 적극 지지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지역 당원 200여명은 이미 공천 탈락 소식이 전해지자 주 의원의 무소속 출마를 지지하며 주 의원 사무실에 탈당계를 제출해놓은 상태다. 주민 박경옥(62.여)씨도 “남편이랑 어제 주 의원의 공천 탈락 소식을 듣고 열받았다”며 “무소속으로 나오면 무조건 찍어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이번 결정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내놨다. 주민 이종은(80)씨는 “새누리당 공천 결과에 대해 주 의원도 겸허히 받아들였으면 한다”며 “이제 와서 결과를 번복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 김상민(65)씨도 “안타깝기는 하지만 주 의원이 무소속으로 나와도 새누리당 후보를 찍을 것 같다”며 “당의 결정을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는 4명의 의원에 이어 유승민 의원까지 ‘공천 학살’의 희생자가 될 경우 주 의원과 유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무소속 벨트’가 형성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역풍으로 인해 유 의원이 무소속으로 당선될 경우 더 큰 후폭풍이 몰아칠 수 있어 이 위원장도 쉽사리 유 의원을 컷오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구의 정서상 탈락할 경우 수용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데다 실제로 대구에서 무소속 의원들이 당선된 경우도 많지 않아 무소속 벨트가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많다.
이날 후보가 없어 무대가 텅 빈 수성을에서는 후속 절차가 이어졌다. 경북 경제부지사 출신인 대구 중남구 새누리당 이인선 예비후보는 여성으로서 수성을에 후보자 공모 신청을 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 예비후보는 “선거사무소 관계자들과 협의한 결과 당원으로서 당의 방침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같은 지역 예비후보였던 조명희 경북대 교수도 수성을로 옮길 계획이다.
새누리당 공관위는 또 대구를 포함해 일부 지역에 대한 추가 여론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비박계 솎아내기용’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조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구·경북 지역 방문 직후 이뤄져 현역 의원에 도전하는 소위 ‘진박(진실한 친박)’ 예비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것
이에 대해 공관위원인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은 “대구뿐 아니라 선거구 재획정 지역이나 신인들이 들어와 변화가 있을 것 같은 곳 등 다른 지역도 많이 했다”면서 “대통령과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 우성덕 기자 / 서울 = 우제윤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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