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비대위 대표가 21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 데뷔무대를 통해 다시 한 번 ‘경제민주화’를 강조했다.
‘경제구조의 대전환으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합시다’는 제목의 연설문을 준비한 김 대표는 이날 발언 시간 대부분을 경제 문제에 할애했다. 경제민주화가 ‘무분별한 기업 옥죄기’라는 세간의 인식을 의식한 듯 김 대표는 이날 자신이 주장하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거대 경제세력이 나라 전체를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 실현 방안으로는 상법 개정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제시했다. 김 대표는 상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 “재벌총수 전횡을 막기 위해 의사결정을 민주화하는 것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반칙과 횡포를 막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서는 “19대 국회에서 감사원, 조달청, 중소기업청에 고발요청권을 부여했지만 전담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됐다”며 “전속고발권의 실질적 폐지는 한국경제에 일상화된 독점의 폐해에 손을 대겠다는 국민적 의지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 의회에서도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거대경제세력의 ‘의회 로비’ 때문”이라며 “의회의 본분은 거대경제세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경제세력을 견제하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국회가 거대경제세력을 대변하면 대한민국에는 희망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김 대표는 “현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세워 집권했지만 경제정책 기조에서 경제민주화가 사라진 것은 결국 대통령의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더민주는 정권교체를 통해 경제민주화와 포용적 성장의 길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이제는 대통령직선 5년 단임제가 현재 우리에게 맞는지 짚어볼 시기다. 경제적인 측면만 보더라도 5년 단임제는 중장기 경제정책을 수립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며 ”조속히 개헌에 대한 결론을 내야 한다. 정당, 정파를 초월해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세제 개혁과 관련해선 ”조세부담률을 감세 정책 이전으로 돌리고, 세출에서의 재원확보를 해야 한다“며 법인세 인상을 촉구했고, 기업구조조정에 대해선 ”더민주는 정부와 국책은행, 기업의 한국판 ’철의 삼각동맹‘에 대한 국회청문회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향후 남북관계에 대해 “국회의장이 나서서 ‘남북 국회회담’을 추진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정부 간 대화가 막혀있는 상황에서 입법부가 남북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을 놓고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김정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경제민주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경제민주화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억지스러운 논리의 비약”고 밝혔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경륜이 묻어나는 연설로, 아주 좋은 연설로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김 대표의 ‘개헌론’을 비판했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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