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내년 대선 출마 여부를 고민중이며 시대의 요구가 있다면 도전할 의향이 있음을 내비쳤다.
박 시장은 5일(현지시간) 뉴욕특파원단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개인의 결단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시대의 비전과 요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대적 요구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톱다운에서 바텀업의 시대로 가면서 시민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이런 요구 때문에 시민운동을 한 저를 시장으로 만든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2018년 6월까지인 서울시장 임기를 채우겠느냐는 질문에도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내년 대선 화두로 ‘경제적 불평등’과 ‘99%의 반란’을 꼽았다. 박 시장은 “미 대선판에서 샌더스나 트럼프 열풍의 배경에는 ‘99대 1의 사회’라는 문제점이 불거진 것”이라며 “99%가 소외되고 차별받는걸 경험하면서 이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에 국민들이 몰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상황에 대해 “시대를 교체하고, 미래를 교체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적어도 정권교체가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한국의 경제성장 동력은 식었고 불평등은 계속 심화되고 있다”면서 “한국은 아직은 조금 더 성장해야 하는데 경제의 역동성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들 얘기하지만 성공한 경제를 만드는 배경에는 좋은 정부가 있고 이 기틀을 만드는건 결국 정치라면서 ‘바보야, 문제는 결국 정치야’가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등 여권 일각에서 불거지는 ‘서울시 청년수당’ 비판에 대해 “중앙정부가 예산과 권력을 독점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중앙정부는 ‘우리가 제시한 학습과제를 하면 돈줄게’ 하는 접근법이고 서울시는 ‘네가 하고 싶은게 뭐야? 그래 해봐’ 하는 것이다”면서 “서울시 청년수당은 90억짜리 사업인데 중앙정부가 이런 실험을 할 수 있게 지방정부를 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헌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개헌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적으로 불거지면 한국의 중대한 여러 문제까지 흡입해버릴 가능성이 있어 그게
차기 대통령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자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이라면 기본 저력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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