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공식화했다. 임기내 개헌완수 의지를 확고히 내비치면서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착수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최순실·우병우 논란에 송민순 회고록 파문까지 더해지면서 정치권은 숨막히는 정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간 상태다. 박 대통령이 던진 ‘개헌 승부수’는 이 모든 정쟁을 집어 삼키는 ‘블랙홀’이 될 공산이 높다. 아울러 정치권에 메가톤급 충격파를 안겨주면서 내년 대권구도 역시 요동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약 30분 앞둔 24일 오전 9시30분께부터 청와대 춘추관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미리 배포된 박 대통령 연설문 초안 말미에 ‘개헌’이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은 매우 갑작스런 것이었다. 일부 극소수를 제외한 상당수 청와대 참모들조차 이 사실을 연설 당일 아침에야 알았을 정도다.
박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대립과 분열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지금의 정치 체제로는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1987년 개정돼 30년간 시행돼 온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과거 민주화 시대에는 적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며 “이제는 1987년 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킬 2017년 체제를 구상하고 만들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서 국민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며 “오늘부터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 요구를 국정 과제로 받아들이고, 실무적 준비를 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007년 1월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국민특별담화 이후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개헌을 공식 제안하는 순간이었다.
박 대통령은 “국회도 헌법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개헌 범위와 내용을 논의해 달라”며 “정파적 이익이나 정략적 목적이 아닌, 대한민국의 50년, 100년 미래를 이끌어 나갈 2017체제 헌법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0대 국회 출발과 동시에 국회에서 개헌 주장이 잇따를 때,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며 거리를 둬왔던 청와대다. 이달 10일 새누리당 내부에서 개헌론이 회자됐을 때조차 청와대는 개헌론에 제동을 걸었다. 이랬던 청와대가 갑자기 방향을 바꾼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박 대통령은 “엄중한 안보 상황과 시급한 민생현안 과제들에 집중하기 위해 개헌 논의를 미뤄왔지만, 고심 끝에, 이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지만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예전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가 정권연장을 위해 3선 개헌을 할 때의 모습이 떠오른다. 정권연장을 위한 음모처럼 비치는 것”이라고 밝혀 향후 개헌 논의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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