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최순실 게이트’로 떠들썩한 가운데 우려했던 국정 공백이 외교, 안보, 경제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나라 안에선 민생 불안 확산, 밖에선 한국의 대외 신로되 추락 등 국정의 총체적 난맥상이 가시화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당장 이달 19일 열릴 예정인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대통령과 국무총리 중 누가 참석할 지가 난제로 떠올랐다.
오는 19~20일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는 연말 최대의 국제 외교 이벤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한반도 주변 주요 4개국 정상들은 일찌감치 참석을 확정하고, 다양한 양자·다자회담을 조율하고 있다.
일단 박 대통령이 국외 일정을 소화할 가능성은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런 경우 정부 서열상 국무총리가 참석해야 한다. 미국도 지난 2013년 연방정부가 업무정지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갑자기 불참하게 되자 존 케리 국무장관이 대신 참석한 바 있다. 하지만 이미 후임 총리가 지명된 상황에서 곧 물러날 황교안 총리가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게 다른 참석자들과 비교해 격에 맞는지가 논란거리다.
연내 개최를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도 제대로 개최될지 의문시되고 있다. 이미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은 최순실 사태 등으로 “연내 개최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날짜가 정해지면 대통령이 참석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지만 국내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가늠이 되지 않는 것을 고려했을 때 3국 정상회담 개최 혹은 참석 여부는 상당히 유동적이다.
안보 현안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문제도 추진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일단 미국은 한국 정치상황과 무관하게 한미동맹이 굳건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한·미 관계에 미친 영향’을 묻는 질문에 “동맹국의 리더가 달라져도 동맹관계는 변함이 없다”며 “한미동맹은 여전히 긴밀하고 강력하며 과거와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급변한 국내 정국지형이 변수다. 이미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사드에 반대한다는 소신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향후 야당의 협조도 사드 배치에 필수적인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해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은 “국내 정치에서 책임총리제가 실현되면 외교가 다시 안정적으로 갈 것”이라며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면 대한민국 신뢰가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중순으로 예정된 수서발 고속철(SR) 개통도 불투명해졌다. 대형 국책사업이 적었던 박근혜 정부에서 SR 개통은 손꼽히는 대형 이벤트다. 이 때문에 철도업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SR 개통식에 참여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사실상 ‘칩거’에 들어가면서 개통식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일단 SR측은 “한달 일정으로 최종 점검인 영업 시운전을 진행 중”이라며 “12월이 되면 언제든지 개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윗선’의 결정만 남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철도업계 관계자는 “철도 개통을 위해선 최소 1개월 전부터 열차표 예매를 시작해야 한다”며 “결국 개통식이 열리기 최소 한 달전인 이달 초·중순까지는 청와대가 박 대통령 참석 여부와 개통식 날짜를 정해줘야 하지만 현재 그럴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하루 평균 5만명 이상이 이용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안두원 기자 / 전정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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