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독주체제 구축이냐, 안희정의 막판 뒤집기냐."
민주당 대선 잠룡 중 한명이던 김부겸 의원이 7일 대선불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민주당 경선은 문재인·안희정·이재명 후보의 3자 구도로 압축됐다. 특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 후 시작된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 상승세가 점점 가팔라지면서 민주당 경선의 흥행열기도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문 전 대표의 압도적 우세로 본선 진출을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예상되던 민주당 경선에 '안희정 변수'가 급부상하자, 각 대선주자 캠프들은 경선 필승전략을 정교하게 가다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과가 이르면 3월초로 예상되면서 민주당 경선이 불과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는 판단에서다.
여유있게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 측은 선거인단에 압도적 지지를 호소하는 '압도적 승리론'으로 경선에 임할 방침이다.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가 뜨거운 만큼 당 경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야, 본선 필승을 장담할 수 있다는 점을 호소한다는 것이다. 대선 본선에서 보수진영이 후보를 단일화해 문 전 대표와 양자대결을 벌일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정권교체 적임자인 문 전 대표에게 확실하게 힘을 실어달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우리 목표는 결선투표까지 가지 말자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1차 투표에서 70~80%에 이르는 압도적 지지를 얻고 본선에 진출해 여새를 몰아 보수 진영을 압도한다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문 전 대표를 바짝 추격하는 입장인 안희정 지사 측은 조만간 '전국민 민주당 경선 참여 캠페인'에 나설 방침이다. 안 지사 캠프 관계자는 "'민주당 경선이 곧 대선 본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민주당 지지자 뿐 아니라 진보·보수 등 다양한 유권자들의 경선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라며 "선거인단 수가 많아질 수록 경선에서 문 전 대표 측 지지자들의 결집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민주당에선 이번 경선의 선거인단 수를 100만명으로 목표 삼는 분위기다. 지난 2012년 대선 경선 때 참여한 선거인단은 총 74만명이었는데, 지난 박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달아오른 촛불열기로 미루어볼 때 100만 선거인단은 충분하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하지만 안 지사 측은 이번 캠페인으로 최소 200만명, 최대 300만명의 선거인단을 모집한다는 목표다. 당내 조직기반이 확고한 문 전 대표에 비해 조직력이 열세인 만큼 민주당 지지자와 비지지자를 모두 경선에 참여시키는 국민운동으로 맞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할 경우 외교·안보 분야에서 안정감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안 지사가 중도·보수 유권자 표를 상당부분 흡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지지세가 확고한 반면 보수층에선 반대세력도 만만찮은 문 전 대표의 약점을 파고드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안 지사는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경선 TV토론회를 여러번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모든 주제를 다 다루는 백화점식 토론회가 아닌 주제별 심층토론 방식으로 토론회를 많이 개최하자는 게 우리의 요구"라면서 "TV토론에서 안 지사의 강점이 유감없이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당내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경우 참여정부에 뿌리를 두고 있는 동지적 관계인 만큼 이들의 경쟁구도가 결국 파이키우기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경선 결과 누가 승리하든 정권교체를 위해 승자를 돕겠다는 게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측의 입장이다. 결국 경선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각자 지지율을 끌어올리면, 경선 승자가 커진 지지율 파이를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는 전략이다.
실제 문 전 대표는 이날 대전시의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요즘 안 지사 지지도가 빠르게 높아진 게 굉장히 기쁘다"며 "우리 외연이 확장되고 전체 파이가 커지는 것으로, 경쟁이 끝나면 당 후보로 선출된 분이 그만큼 폭넓은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반문(반문재인)연대'라며 저를 바라보고 정치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안 지사는 그렇지 않고 국민을 향해 자기 기조를 뚜벅뚜벅 밝히며 가는 분"이라며 "자꾸 안 지사와 저 사이에 뭔가 있는 것처럼 하지 마시라. 저는 안지사와 함께 가는 동지이고. 안지사와 경쟁하는 게 아주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3위 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선명성을 보다 강화하며 촛불민심을 자신에 대한 당내 지지로 이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이 시장은 이날 헌법재판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서 "헌재는 국민을 믿고 2월 중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중도층 공략 행보를 보이는 안 지사가 상승세를 타는 상황에서 이를 견제하면서 촛불민심을
이런 가운데 김부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존하는 나라, 상생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저의 도전은 끝내 국민의 기대를 모으지 못했다. 시대적 요구와 과제를 감당하기에 부족함을 절감했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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