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을 돈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결과를 놓고 후보 캠프 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홈그라운드인 충청까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게 내주면서 부담이 더 커진 안희정 충남도지사 측이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며 결선 투표 진출을 자신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27일 호남경선에서 지지율 60.2%를 기록하며 각각 20.0%, 19.4%를 얻은 안 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을 따돌렸다. 29일 열린 충청경선에서도 문 전 대표는 지지율 47.8%로 안 지사(36.7%), 이 시장(15.3%)을 제치고 2연승을 달렸다.
안 지사 측은 충청에서도 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호남·충청 지지율 합계를 볼 때 문 전 대표가 55.9%로 오히려 호남 경선이 끝난 뒤보다 줄어들었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시장 측 역시 충청에서 선전했을 뿐만 아니라 문 전 대표 합계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점에 더욱 고무돼있다.
안 지사와 이 시장의 호남·충청 지지율 합계는 43.7%(안희정 25.8%·이재명 17.9%)다. 이는 호남 경선 두 후보 지지율 합계 39.4%보다 상승한 수치다. 문 전 대표가 2연승을 거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호남·충청 합계 지지율은 오히려 줄어든만큼 남은 경선 결과에 따라 결선투표에서 뒤집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안 지사 측이 결선투표 진출을 자신하는만큼 31일 민주당 영남순회경선이 승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안 지사 측은 조직력에서 열세를 보이는만큼 영남 순회경선에서도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고 있지 않지만 문 전 대표 호남·충청·영남 지지율 합계가 다시 한 번 하락한다면 다음 달 3일 수도권·강원·제주 경선에 총력전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문 전 대표가 영남·호남·충청 지지율 합계가 60%를 넘어서면 당의 화합을 위한 길을 고민해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영남에서 문 전 대표가 70% 가량 나와야하는데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 측 다른 관계자 역시 "영남권 투표율을 55%로 가정하면 문 전 대표가 과반을 넘어 1위에 올라도 무조건 결선투표에 간다. 수도권에서만큼은 문 전 대표, 안 지사, 이 시장이 삼분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음 달 3일 진행되는 수도권·강원·제주 경선에는 2차 경선인단 모집으로 합류한 유권자가 대거 ARS투표에 참여한다. 수도권·강원·제주 경선인단 규모가 호남·충청·영남 경선인단의 두 배 가량으로 집계되는만큼 문 전 대표의 호남·충청·영남 합계 지지율이 다시 한 번 하락하면 수도권 표심이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영남 경선 결과를 지켜봐야하지만 문 전 대표가 50~55% 수준 지지율에서 수도권 경선으로 돌입하면 '과연 대세론이 맞을까'하는 의구심이 생길 수도 있다"며 "민주당 제외 진영은 연대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만큼 수도권 표심이 본선 경쟁력을 따지기 시작하면 결국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전 대표가 2연승을 거둔 것이 명백한 사실인만큼 결국 대세론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 지사 측 계산대로 흘러가도 문 전 대표가 영남 순회경선에서 3연승을 거두면 컨벤션 효과로 인해 문 전 대표에게 표심이 문 전 대표에게 더욱 결집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안 지사 측 입장에서는 지지자들의 좌절을 달래고 당장 눈앞에 드러난 지지층 이탈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남았다. 2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진행된 충청 순회경선에서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에 패하자 응원석을 가득 메운 안 지사 측 지지자들은 대거 철수하는 모습이 보이는 등 지지층의 실망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모양새였다.
30일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 의뢰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에 2위 자리를 내준 것도 안 지사 측에서는 뼈아프다는 분석이다.
이날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지지율 35.2%로 1위를 지켰고,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주보다 4.8%P 오른 17.4%로 10개월 만에 2위를 탈환했다. 안 지사는 지난 주보다 5.1%P 떨어진 12.5%로 3위에 머물렀다.
안 전 대표는 안 지사로부터 이탈한 표를 대부분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50~60대 이상에서 안 지사 지지율이 하락한 반면 안철수 전 대표 지지율이 급상승했고, 호남에서도 안 지사 지지율이 하락한만큼 안철수 전 대표에게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여론조사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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