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걸행위를 하면서 수치심을 없애려고 2년 가까이 수만 정의 마약류를 복용해온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하고 약을 지어준 의사와 약사들도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박통일 기자입니다.
【 기자 】
불면증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졸피뎀'이라는 수면 유도제입니다.
환각효과를 유발하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 의사 처방에 따라 제한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의약품입니다.
전철에서 구걸행위를 하며 근근이 살아오던 33살 이 모 씨는 지난 2007년, 마약류인 졸피뎀을 처음 접했습니다.
이 씨는 이 약을 복용하면서 돈을 구걸할 때 느끼는 수치심과 부끄러운 기억을 지울 수 있었습니다.
▶ 인터뷰 : 이 모 씨 / 마약복용자
- "창피하다는 것을 이길 수가 있어서…. 많이 먹을 때는 하루에 2백∼3백 개 정도."
지난 2009년 1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이 씨가 처방받은 졸피뎀은 모두 3만여 정.
성인 1명이 40년 넘게 복용할 수 있는 양이지만, 의사와 약사들은 개의치 않고 이 씨에게 과량으로 처방하거나 약을 지어주었습니다.
▶ 인터뷰(☎) : 병원 관계자
- "필요한 경우에는 (처방전이) 하나로 돼 있더라도 두 알을 넣을 수 있는 거죠. 환자 상태에 따라서, 그날 컨디션에 따라서…."
의사들 가운데 일부는 자신들의 병원에 온 이 씨에게 보험급여를 삭감당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비급여 처방을 권유했던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마약 복용자 이 씨를 비롯해 42살 김 모 씨 등 의사와 약사 70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MBN뉴스 박통일입니다. [ tong1@mbn.co.kr ]